30대 초반의 김유진씨. 그는 항상 남과 비교하며 산다. 그의 대화는 늘 “유명한 누구는 어떻게 하는데 나는…”으로 시작한다. 유명한 그 누군가가 양복은 무슨 표를 입고, 운동은 어떤 걸 하는데, 그것이 근사해 보여 자기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식이다.
외모를 가꾸는 것이나 취미생활이야 그렇다 치자. 문제는 하는 일까지도 닮으려 한다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해서 성공했다고 하면 자신도 서둘러 그것을 해야만 한다. 문제는 그것이 수시로 바뀐다는 것이다. 자신이 보기에 근사하게 여겨지는 사람들은 다 따라하고 싶고 또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
물론 성장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역할 모델이 있게 마련이다.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그 사람의 장점을 배우고자 하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서 자기 속에 진짜 자기는 없고 남만 있다면 문제다. 수시로 역할 모델이 바뀌니, 정말 한길을 뚫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노력은 했는데 결과는 없다는 푸념도 등장한다. 그건 맞는 말이긴 하다. 단지 노력하는 방향 설정이 틀린 것일 뿐.
흔히 젊은 어머니들에게서 김유진씨와 같은 유형을 본다. 어느 집에서 아이에게 무엇무엇을 가르치니 자신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죽기 살기로 가르치는 형, 누구는 무엇을 하는데 넌 왜 못하니 하면서 들볶는 형,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면 당연히 김유진씨처럼 될 수밖에 없다.
남의 인생 복사본을 살 것인가, 아니면 나만의 독창적인 삶을 살 것이가?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고 나아가서 자긍심의 문제이다.
양창순(신경정신과전문의)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