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학부모가 됐군. 그런데 왜 불안하지?”
올 봄 첫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는 자녀가 뿌듯하기도 하지만 웬지 불안에 휩쓸리기도 한다. 왕따 당하지나 않을까, 선생님에게 혼나고 주눅들지 않을까….
아이의 발달 단계를 알고 취학 전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뇌를 알면 길이 보인다〓신경회로망은 태아 때부터 3세까지 대략 얼개가 완성된다. 이후엔 대뇌피질의 앞부분부터 정교하게 다듬어지는데 6세까지 이마엽 부위의 신경회로가 발달해 상상력 사회성 도덕성 등을 갖추게 된다. 6∼12세 때엔 이마엽에서 뇌 중간 부위의 뇌 회로가 완성되며 언어 이해 능력, 공간 인식 능력, 계산능력 등이 발달한다.
뇌는 특정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다음 단계로 건너뛰어 발달하기 어렵다. 따라서 초등학교 입학 무렵엔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 등 사회성을 갖추는 것이 기본. 제 주장만 하고 떼를 쓰며 갈팡질팡하는 아이는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워 나중에 공부도 잘 못한다.
▽아이가 개구쟁이라면〓물건을 훔치거나 동생을 때리는 등 ‘제멋대로 행동’을 집에서 고쳐줘야 한다. 세 번 이상 따끔히 혼냈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뇌나 마음의 병일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부산하고 남을 괴롭히는 경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걸핏하면 떼를 쓰거나 우는 아이는 ‘적대적 반항장애’일 수 있으므로 심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그래픽 참조).
부모가 아이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취학 전 유치원 교사에게 평소 아이의 행동에 대해 자세히 상담해 문제점이 있다면 해결하는 것이 좋다. 또 학교생활을 하려면 적어도 30분 동안 꾸준히 앉아 있을 줄 알아야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재미있는 책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 30분 자리를 지키도록 연습시키는 것이 좋다.
▽아이가 너무 내성적이면〓예비 학부모들은 아이가 내성적이거나 체격이 약해 왕따당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아이들도 처음엔 낯선 환경을 불안해 하지만 대부분 자연스럽게 적응한다. 정 걱정이 되면 아이와 함께 미리 학교를 방문하거나 학용품을 사면서 학교가 어떤 것인지 차분히 가르쳐 주면 된다. 입학 뒤에도 부모가 아이에게 자신감 있게 학교를 못다닌다고 꾸짖거나 “오늘 학교에서 뭐했어”라고 꼬치꼬치 캐물으면 아이가 주눅이 들어 오히려 더 소심해지므로 작은 일에도 칭찬해주는 등 자신감을 북돋워 준다.
▽갑자기 오줌을 싸면〓엄마와 헤어지기 두려워하는 ‘분리불안장애’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학교에 다니면서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해소되지만 오줌도 못가린다고 윽박지르면 낫지 않는다. 분리불안장애는 입학 뒤 꾀병을 부리며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등교거부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입학 전 혼자 심부름을 시키든지 따로 자도록 하면 분리불안장애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정 고쳐지지 않으면 의사를 찾는다.
▽매사에 느려요〓아이가 지능에 문제가 있는데 놓치기 쉽다. 지능지수(IQ) 70 이하의 ‘학습지진’의 경우 문제를 비교적 찾기 쉽지만 IQ 71∼84인 ‘경계 지능’의 경우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이때 공부를 강요하고 “왜 이리 못하냐”고 닦달하면 자신감이 떨어져 성격 마저 삐뚤어지고 이 때문에 뇌 발달이 더 더뎌진다. 따라서 지능검사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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