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 슬로바키아에 걸쳐 있는 타트라 국립공원,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접경의 다뉴브 삼각지, 프랑스 북 보주 자연공원과 독일의 팔저발트 생물권보전지역, 폴란드와 체코가 맞닿은 카르코노제 국립공원, 폴란드 슬로바키아 우크라이나 3국이 인접한 3개의 국립공원.
유네스코가 지정한 ‘접경생물권보전지역(TBR)’들이다. 모두 5곳. 이 반열에 ‘우리 민족이 분단을 통해 얻은 거의 유일한 유산이자 세계적인 보물’(김대중대통령 표현)이라는 비무장지대(DMZ)가 오를 수 있을까.
우선 시급한 과제는 DMZ에 대한 정확한 생태계 조사. 유엔개발계획(UNDP) 프로젝트 일환으로 사천강 일대 생태조사가 제한적으로 이뤄진 적은 있지만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 대한 생태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환경부와 산림청 임업연구원도 DMZ 내부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벌이지 못한 상태. 하물며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의 생태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
▶ DMZ 희귀 동식물 사진모음
TBR로 지정되려면 까다로운 지정 요건과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체계적 전략이 요구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가별로 지정되는 ‘생물권 보전지역’만큼의 생태적 가치가 있고 2개국 이상의 영토에 공간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하며 이를 관리할 공동관리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환경부 한기선 자연정책과장은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계획(MAB)’ 한국위원회를 주축으로 추진위를 이달 중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통일부 국방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DMZ 생태계 조사 및 TBR 지정문제를 남북회담의 의제로 채택하고 이를 남북경제협력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
남북한 공동추진위를 구성, 공동 조사 및 용도구획(핵심지역 완충지역 전이지역)을 수립하고 남북한 당국의 합의문 작성과 서명, 신청서 제출, 유네스코 MAB의 검토 및 지정 여부 결정 등의 과정을 거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한편 유네스코측은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 언급은 없었지만 전향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MZ의 특수성에 비춰볼 때 평화 조성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고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생태계 보고’라는 데 대한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는 것. 동북아 지역에 단 한 개의 TBR도 지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국 관건은 북한의 협력 여부로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국제기구와 협력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울대 조경학과 김귀곤(金貴坤)교수는 “유네스코 MAB 각국 위원회의 동북 연합체인 ‘동북아 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에 북한도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이 기구를 활용해 북한의 동조를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DMZ 전지역에 대한 TBR 지정이 어렵다면 사천강 일대를 우선 지정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yongari@donga.com
▼DMZ 인접지역서 희귀동식물 대량발견▼
우리나라 비무장지대(DMZ) 인접지역에 국내 미기록종 동식물과 희귀 동식물이 대량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산림청 임업연구원에 따르면 95년부터 2000년까지 6년간 DMZ와 인접지역, 서부해안과 도서지방 중서부내륙지역 중동부 산악지역에 대해 전문가와 공동 조사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이 조사는 DMZ 산림생태계 관리방안 마련을 위해 최초로 실시됐지만 DMZ의 특수성 때문에 출입할 수가 없어 사실상 인접지역에 대한 생태조사였다.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DMZ 중동부 산악지역에서는 희귀식물인 솔나리가 처음 발견됐으며 크기가 3m나 되는 분홍바늘꽃, 왜솜다리 등의 최대군락지가 향로봉 일대에서 확인됐다.
중동부 산악지역에서는 까막딱따구리와 산양, 동부 해안지역에서는 큰덤불해오라기와 수달, 서부 도서지역에서는 노랑부리백로와 물범 등 모두 50여종의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 척추동물이 발견됐다.
서부해안과 섬지역, 중서부 내륙지역에서는 신종으로 기록된 선비큰갓버섯이 나타났고 미기록종인 진빨강무명버섯도 모습을 드러냈다.
강원 인제군에서는 법정보호종인 왕은점표범나비가 발견됐으며 미기록종인 회색좀나방, 위기종인 우단하늘소가 관찰됐다.
특히 단풍잎돼지풀, 미국미역취, 달맞이꽃, 중국국화 등 귀화식물과 외래종이 97종이나 발견돼 국내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