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까지 열렸다면 금상첨화였는데….”
7일 오전(미국시간) 조지 W 부시 미 공화당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외무장관회담을 가진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장관과 수행원들은 회담결과에 만족해하면서도 이런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 기자회견에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대북 화해 협력정책과 한미공조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
정부당국자는 “이번 회담을 통해 부시정부와의 대북정책 불협화음 조짐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버리고 싶었다”며 “공동언론발표문도 의미가 크지만 기자회견이 열렸다면 효과가 배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장관측이 기자회견에 난색을 표한 것은 우선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내정자, 제임스 켈리 동아태담당 차관보내정자 등이 아직 인준을 받지 못해 대한반도정책 고위실무진이 구성되지 못한 탓으로 알려졌다. 미국으로서는 원론적 입장 외에 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할 만한 구체적인 내용을 준비하기가 어려웠다는 것.
또 “햇볕정책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아미티지내정자의 발언 파문도 한 요인이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파월장관측이 ‘아미티지 발언배경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이 기자회견에서 나오면 입장이 난처하다’며 양해를 구해왔다”고 말했다. 군인 출신인 파월장관의 소탈하고 현실적인 외교스타일도 한몫했다고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스타의식’이 강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국무장관이 ‘브로치외교’를 펴는 등 화려한 스타일을 선호한 반면 파월장관은 “형식적 행사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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