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말미에 신설된 여성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인용한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명구이다.
그러나 연설 후 당 안팎에서는 “여성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좋지만, 남녀차별 금지 등 여성부의 역할과는 거리가 먼 얘기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 구절은 파우스트가 영혼을 빼앗기기 전 구원을 받아 천상으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하늘에서 들려온 합창. 전후 맥락 상 ‘성모마리아의 구원’을 의미한 것이라는 견해가 주류지만, 그 해석을 놓고 국내에서만 수백 편의 논문이 나왔을 정도로 철학적이고 복합적인 의미를 띄고 있다는 게 독문학자들의 설명이다.
한 독문학자는 “이 구절의 ‘여성적(weiblich)’이란 말이 만물을 포용하는 모성(母性)에 가까운 만큼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려고 썼다면 크게 빗나간 얘기는 아니다”며 “다만 남성과 평등한 존재로서 여성의 지위와 권익을 설명하는 데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이 구절은 연설문 초안에 들어있지 않았으나, 여성부의 역할을 설명하는 부분이 딱딱하다는 지적에 따라 실무작업을 맡은 유승민(劉承旼)여의도연구소장이 삽입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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