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닐 미국 재무부장관이 6일자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일본과의 경제 논의 방식을 변경할 방침임을 시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원조 문제를 비판해 미국의 대외경제 정책에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오닐 장관은 회견에서 일본에 대해 경제문제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충고를 지양하고 자신이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사의 회장으로 재임할 때부터 알고 지내던 일본 재계의 지인(知人)들을 통해 직접 대화를 모색할 방침임을 밝혔다.
그는 “정부간에는 강연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일본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이야기를 할 경우 일본은 웃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와 첩첩이 쌓인 규제 완화 문제를 논의하는 대신 가격 경쟁을 도입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일(對日) 접근 방식의 변화는 ‘미국이 적게 말하고 많이 듣도록 하겠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겸손한 외교’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빌 클린턴 행정부가 냉전 후 세계경제를 새로 형성하는 과정에서 자주 다른 국가의 경제 문제에 직접 개입했던 것과는 달리 부시 행정부는 외국에 대한 경제 간섭을 줄일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타임스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미국도 최근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을 들어 “일본은 미국의 새로운 (대외경제) 접근방식이 가능한지를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닐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또 98년 경제 붕괴에 처한 러시아를 돕기 위해 미국이 IMF를 통해 긴급 지원에 나선 것을 ‘미친 짓’이라고 비판해 앞으로는 부패와 관리부실로 인해 위기에 처한 국가에 수십억달러를 지원하는 것은 자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러시아 문제를 처리할 때 내부의 정책 결정자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외부에서 볼 때 러시아에 대한 지원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히고 그가 정책결정자였다면 러시아에 대한 긴급 재정지원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IMF도 러시아에 대한 지원이 실패였음을 인정하고 있다.
오닐 장관은 또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대한 긴급 재정지원을 하는 IMF가 이들 국가가 경제난에 직면케 될 우려가 있을 때는 사전에 이를 경고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IMF는 특정국의 경제 관리 부실을 공표할 경우 외국투자자들이 자본을 회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위기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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