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왜 내게 이런 시련이….”
2001삼성화재 배구 슈퍼리그에서 토스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세터 김경훈(상무·사진)은 8일부터 재개되는 동해에서의 2차대회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마음이 괴롭기만 하다.
8일 대한항공전. 상무에 입대하기 전 그의 ‘친정팀’이었던 대한항공은 현 소속팀 상무와 나란히 2승3패로 한양대(2승4패)와 함께 4위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두 팀 모두에 8일의 맞대결은 3차대회 마지막 티켓의 향방이 걸린 피할 수 없는 승부.
10일 한수 위로 평가받는 LG화재와의 마지막 경기를 앞둔 대한항공으로서는 8일 경기에서 패할 경우 사실상 3차대회 진출이 좌절된다. 반면 상무로서는 이 경기에서 3승을 챙긴다면 10일 한양대와의 경기에서 패하더라도 세트 득실률에서 앞서 대한항공과 한양대를 제치고 3차대회에 합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
1차대회에서는 상대 블로킹을 완벽하게 따돌리는 김경훈의 현란한 토스를 앞세운 상무가 대한항공을 3―1로 눌렀다. 따라서 8일 재대결은 대한항공 블로킹이 김경훈의 토스를 얼마나 따라 잡을 수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
물론 승부의 세계에서 친정팀이라고 봐줄 수는 없는 일. 더구나 현재 소속팀인 상무의 3차대회 진출여부가 걸린 일전인 만큼 양보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김경훈은 오히려 대한항공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대한항공이 지난달 29일 한양대에 2―3으로 패하지만 않았더라도 지금처럼 괴롭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여기에 김경훈에게는 지난 대회 때 현대자동차 진창욱에게 내줬던 토스부문 1위 자리를 되찾고 싶은 욕심도 있다. 99슈퍼리그에서 토스 1위를 기록했던 김경훈은 현재 2위인 삼성화재 최태웅을 퍼펙트 토스 57개차로 따돌리고 1차대회부터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상무가 3차대회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이미 3차대회 진출이 확정된 최태웅보다 최소 3경기에서 최대 8경기까지 못 뛰게 됨에 따라 추월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김경훈은 “대한항공에는 미안하지만 팀과 나 자신, 그리고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