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즉 투자적격이면서도 무조건 투기등급채권과 도매금으로 넘어가 거래가 되지 않았던 기업 중 건실한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과 거래가 서서히 이뤄지고 있는 것.
특히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이들 기업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투신권이 최근에는 오히려 기업을 찾아가 회사채 발행을 종용할 정도로 채권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7일 한국은행과 채권시장에 따르면 신용등급 ‘BBB’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웠던 한국전지 대성산소 일신소재 대한제당 샤니 한화 현대상선 두산 등이 올 들어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고 있다. 대한항공 풍산 일진다이아몬드 등도 최근 발행을 준비중이며 투신권도 인수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금리조건도 현재 증권업협회 고시금리인 11.55%에 낮은 가산금리가 붙어 좋은 조건으로 발행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의 박성진 과장은 “신용등급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기업과 그동안 시장에서 억울하게 투기등급과 동일하게 취급됐던 회사채들이 집중적인 매수대상”이라며 “BBB등급 회사채들 사이에서도 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A―’와 ‘BBB―’의 수익률 격차는 1월 초 3.70%에서 6일 현재 4.66%로 크게 확대되었고 ‘BBB’등급 사이에서도 향후 기업전망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커지고 있다.
한화증권 지인규 과장은 “국고채 금리가 워낙 떨어져 펀드의 수익률을 맞춰주기 위해서는 괜찮은 ‘BBB’등급 회사채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공급물량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투신증권은 BBB등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 활성화가 해당 기업의 주가 상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