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던가.
8일 동해체육관에서 벌어진 2001삼성화재 배구 슈퍼리그 2차대회 LG정유―담배인삼공사전은 이 말의 의미를 잘 보여준 경기.
LG정유엔 ‘산전수전 다 겪은’ 박수정과 정선혜가 있었다. 이들은 LG정유의 슈퍼리그 9연패 주역. 이제 실업 11년차(박수정)와 9년차(정선혜)로 장윤희와 홍지연 이도희가 은퇴해 기울어가는 ‘명가’ LG정유를 그나마 버티게 해주는 두 기둥이다. 이 때문에 ‘독종’으로 소문난 LG정유 김철용 감독이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김감독의 이 같은 기대에 보답하듯 이들은 이날 LG정유를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이번 대회 들어 처음 리베로로 나선 박수정이 고비마다 상대공격을 걷어올리고 정선혜(26득점)는 이를 강타로 득점에 연결시키며 3―2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로써 흥국생명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LG정유는 담배인삼공사에 당한 1차대회 패배를 설욕하며 담배인삼공사와 나란히 5승3패를 기록했으나 세트득실률에서 앞서 2위로 올라섰다.
1,2세트를 거푸 내주며 패배일보 직전까지 몰린 LG정유는 3세트 정선혜와 김성희(26득점)의 좌우 강타가 균형을 이루며 25―20으로 세트를 만회해 위기에서 탈출했다.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LG정유는 4세트에서 박수정의 끈질긴 수비에 이은 정선혜의 강타가 불을 뿜으며 초반부터 계속 앞서나가 최광희(32득점)의 막판 연속 6득점으로 따라붙은 담배인삼공사에 듀스접전 끝에 26―24로 세트를 다시 따냈다. 기세가 오른 LG정유는 마지막 5세트에서도 정선혜의 왼쪽강타를 앞세워 15―12로 세트를 마감하며 대역전승으로 경기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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