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에 살던 승수(가명·4)는 지난해 9월 형(7)과 함께 서울 영등포의 할아버지댁으로 집을 옮겼다.
부모가 이들 형제를 두고 집을 나간 탓이다.오래 전에 실직한데다 허리 디스크까지 앓고 있던 할아버지(67)는 일단 형을 고아원에 보낸 뒤 승수를 데리고 영등포 지역의 구립 보육시설 ‘어깨동무 어린이집’을 찾았다.그러나 부모가 법적으로 이혼한 것이 아니어서 승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상의 보육시설 이용비를 한푼도 받을 수 없었다. 주민등록도 할아버지 댁으로 옮겼지만 그 집의 싯가가 5000만원이 넘어 반액(半額)지원 대상(재산 3200만원 이하, 무직자는 4800만원 이하)도 되지 않았다.》
“양육권을 포기하고 애를 고아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어린이집측은 그 딱한 사정을 헤아려 구청에 다섯 차례나 신청한 끝에 겨우 반액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 승수는 정원이 꽉찬 그 어린이집에서 ‘열외’로 끼어 지내고 있다.
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된 뒤 관련 예산은 2000년 7배까지 늘었지만 극빈층 아이들 가운데 정작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숫자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받을 수 있는 혜택조차 이런저런 이유로 누리지 못해 ‘국가의 보호망 밖’에 내팽개쳐진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조기교육이 과열현상을 빚고 있는 사회에 이런 가당치 않은 그늘이 존재하는 것은 당국의 ‘열악한 보육서비스 전달체계’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보육시설 이용때만 보조▼
▼글 싣는 순서▼
- 조기교육에 멍드는 아이들
- 조기교육 찬반 논쟁
- 맞벌이 부부의 육아 고민
- 가정교육의 실종과 왜곡
- "맡아만 줘도 고마워요."
- 끝없는 논란 '보육 vs 보육'
- 손 놓고 있는 국가
▽“보내고 싶어도 못 보내요”〓현재 우리 사회의 영유아 가운데 국가로부터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그러나 보통 인구의 하위 10%를 절대빈곤층으로 잡는 통계청의 잣대에 비추어 2000년 현재 전체 영유아 417만명 가운데 보육료 지원대상은 40만명 안팎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 그러나 보육료의 전액 또는 반액(실제로는 40%)을 지원받는 영유아는 17만6000여명뿐.
이유는 간단하다. 저소득층 아이들이라도 실제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을 이용해야만 보육료가 지원되기 때문이다. 집 근처에 보육시설이 없거나, 대부분 낮시간만 운영하는 이들 보육시설에 아침에 아이를 맡기고 저녁때 찾아올 수 없을 정도로 생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