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부문화 캠페인]여성기금등 민간 공익재단 잇단 탄생

입력 | 2001-02-08 18:41:00


관주도가 아니다. 기업주가 거금을 쾌척해 만든 재단도 아니다. 최근 1∼2년 사이 순수 민간이 주축이 돼 만든 공익재단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한국인권재단, 한국여성기금, 아이들과미래 등이 그런 ‘작지만 아름다운’재단들. 시민의 힘만으로 공익에 이바지하는 재단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이들은 지원영역과 모금대상은 다르지만 한국의 척박한 기부문화를 바꾸기 위해 뛰고 있다.

첫 주자는 99년 11월 창립이사회를 연 한국인권재단(www.humanrights.or.kr). 인권운동 활성화와 인권연구 지원 등을 목표로 한다. 99년부터 3년째 인권학술회의를 개최해 그 보고서를 단행본으로 묶어냈으며 지난해에는 198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을 초청했다. 인권재단 홈페이지에 설치된 인권자료실에는 쉽게 접할 수 없던 국내외 인권관련논문과 자료 170여편이 구비돼 있다.

그러나 아직 재단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어 어려움이 적지 않다. 신용석(愼鏞碩) 이사장은 “정부나 기업 지원보다는 자체 수익사업 등을 통한 기금마련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99년 12월 ‘딸들에게 희망을’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창립된 한국여성기금(www.womenfund.or.kr)은 여성전문인력 양성과 소외계층 여성, 공익여성운동 지원 등을 목표로 한다.

‘추진위원 100만명, 1000억원 기금마련’을 목표로 월급 0.1% 내기, 유산 1% 남기기, 결혼축의금의 기금화, 희망의 동전모으기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추진위원 6만명에 기금 33억원 정도가 확보된 상태. 지난해 11월 여성가장 9명에게 겨울나기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배분사업도 시작했다. 이미영(李美英) 기획홍보부장은 “힘이 들더라도 소액다수의 기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기금을 모으고 그 이자로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축적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돈쓰기’를 표방하는 아름다운재단(www.beautifulfund.org)은 미국의 지역재단(community foundation)을 모델로 삼아 지난해 8월 출범했다. 1% 나눔운동과 기부자가 지정하는 각종 기금운용 등을 통한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지원을 목표로 한다. 미국에는 4만여개의 공익재단이 있어 기업과 시민들의 기부금을 받아 시민사회의 재정적 뒷받침을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25개 벤처기업이 출자해 만든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www.kidsfuture.net)는 아동청소년 보호사업, 장애인지원사업, 빈곤계층의 자립 및 자활사업, 사회복지단체 지원사업 등에 꾸준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화격차(디지털 디바이드) 해소를 기치로 내걸고 저소득층 공부방과 시민단체, 아시아 NGO들을 위한 중고컴퓨터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물산이 중고컴퓨터를 기증하고 한국컴퓨터재활용협회가 무상으로 점검과 수리를, ㈜옥션이 자선경매를 통해 마련한 기부금으로 포장택배비를 지원하는 등 업체들의 ‘지원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박성훈(朴性熏) 사무국장은 “최근 벤처업계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오히려 참여 업체는 50여군데로 늘어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밖에 환경운동연합에서도 올해안에 환경운동을 지원할 (가칭)환경재단을 만들 예정으로 5일 사업 담당자 공채 공고를 냈다. 박원순(朴元淳) 아름다운재단 이사는 “외국에는 다양한 재단들이 있어 시민사회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며 “한국에도 지역별 분야별로 보다 많은 재단이 생겨나야 한다”고 말했다.

sya@donga.com

▼신라제지 "매출액1% 세상위해 쓸래요"▼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본사를 둔 사무용지 제조업체인 신라제지. 종업원이래야 모두 합해 17명인 작은 기업이다. 제지업체로부터 원단을 받아 팩시밀리용지, 복사용지 등 완제품으로 만들어 전국 거래처에 납품한다.

이 회사가 수만 군데 거래처로부터 은행지로를 통해 들어오는 매출액에서 매달 1%씩을 떼어내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연락해왔다. 액수로는 월 70만원선.

“직접 불우이웃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간편한 기부방식이라 생각했다”는 이 회사 정수철(鄭秀哲·34)사장은 “우리가 기금을 낸다기보다 거래업체들이 대금의 1%를 재단에 기부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고객들에게 기부의 공을 돌렸다.

이와는 별도로 이 회사 전 직원은 급여 1%씩을 떼어내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최근 입사한 사원 임향숙(林香淑·20)씨까지 전원이 참여했다.

한 회사 직원 모두가 아름다운재단의 급여 1% 나눔운동에 참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회사 배철수(裵哲洙·33)관리부장은 “월급 1%가 액수로는 얼마 되지 않아 부끄럽다”며 “직원들이 모두 젊고 어려운 생활을 해본 사람들이 많아 힘닿는 대로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법인등록한 신라제지는 종업원 모두가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인 젊은 기업. 이들은 좀더 큰 기업들도 1% 나눔운동에 동참할 수 있으면 더욱 많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ya@donga.com

▼아름다운 게시판▼

아름다운 재단은 시민이 키워 가는 진행형 공익재단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돈 쓰기’ 운동에 참여할 분을 기다립니다.

▽유산 1% 나누기〓유산 1%를 이웃과 나누겠다는 약정을 생전에 해둘 수 있습니다.

▽수입 1% 나누기〓월수입의 1%를 이웃과 나눌 수 있습니다.

▽나눔의 가게〓월매출의 1% 기부를 약정하는 양심가게를 모집합니다.

▽맞춤식 기금〓‘김군자 할머니 장학기금’처럼 기부자가 지정하는 영역의 기금을 만들기도 합니다.

문의 02―730―1235, www.beautifulfund.org, 후원 ARS 700―1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