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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한은 콜금리 인하…경기진작 강한 의미

입력 | 2001-02-08 18:41:00


콜금리 인하는 실물 경제 침체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9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향후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음에도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경기 진작이 시급한 과제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통화정책이 선제적인 조치임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조치가 뒤늦었으며 경기가 급강하할 것을 미리 내다보지 못한 예측능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진작 효과 나타날까〓한은은 아직까지 금융 메커니즘이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기진작 효과를 낼 것으로는 보고 있지 않다. 실제 단기금리를 내리면 장기금리도 함께 떨어지면서 기업과 가계의 금리부담이 줄어들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난다는 원칙은 적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콜금리보다 낮은 상태로 그만큼 콜금리 인하가 시장에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

대신 한은은 콜금리 인하로 경기진작의 의지를 강력히 표명한 것이 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심리를 다시 불러일으킬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한은 전철환총재는 “경기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도 상당 부분 미국의 향후 경기흐름과 직결되어 있다.

만약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둔화될 경우 경기진작효과는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수출과 설비투자가 지지부진하면서 경기회복의 전환점을 찾기가 어려우며 오히려 ‘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신한증권 박효진(朴孝鎭)투자전략팀장은 “이미 콜금리 인하 재료가 시장에 반영되어 있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오히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추가 콜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채권딜러는 “국고채 금리가 오히려 상승한 것은 인하폭이 기대에 못 미친 요인도 크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국고채 금리가 아직도 하락할 여지가 있어 연 5.0%까지 떨어지면 콜금리도 추가로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팀장은 “만약 추가 인하가 있을 경우 자금이 증시에 본격적으로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가에 부담 우려〓이번 금리인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도 최근의 물가오름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 작년에는 물가상승의 상당분을 환율하락으로 커버했지만 올해에는 환율이 장기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고 국제유가의 급등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

하지만 한은은 올해 1월의 물가급등세는 지난해 말 공공요금 인상 영향이 뒤늦게 나타난 기술적인 반등일 뿐 심각하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진단했다.전총재는 “국제유가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올해 안정을 보일 것이고, 작년 소비자물가상승의 43%를 차지한 공공요금 인상도 올해는 하반기로 미루도록 할 방침”이라며 “물가는 예상 상승률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