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CB)를 시장가격보다 턱없이 싸게 발행한 뒤 인수해 이익을 챙긴 기업주에 대해 배임혐의 유죄를 인정한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3부(재판장 박성철·朴性哲부장판사)는 9일 장외에서 주식이 주당 2만5000원에 거래되는데도 주당 3000원에 전환사채 6억원어치를 발행한 뒤 인수해 차익 44억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벤처기업 M사 대표 정모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 등을 적용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미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유통돼 시장가격이 형성됐다면 기업주는 이 가격에 준하는 전환가격으로 사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피고인은 저가로 사채를 발행해 재산상 이득을 얻고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재벌그룹들이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낮은 전환가격으로 발행하는 편법으로 2세에게 상속해 이익을 얻고 회사와 소액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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