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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황호택/경기 예측

입력 | 2001-02-11 18:29:00


미국 신문만화 ‘이드의 마법사’ 주인공 땅딸보 왕이 나라 경제가 궁금해 점을 보러 갔다. 점쟁이가 “불경기가 심각하다”고 말하자 왕은 “당신이 어떻게 그걸 알 수 있소”라고 묻는다. 점쟁이는 즉석에서 “폐하께서 일주일만에 처음 찾아온 손님”이라고 대답한다. 한국 복술가들에 따르면 경기 침체가 시작될 무렵에는 부도 실직 등 불안 심리를 가진 고객들이 많아 오히려 수입이 늘어난다. 그러다가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손님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경기종합지수를 작성할 때 26개 구성 지표 외에도 언론사의 광고료 수입액 등을 중요한 판단 자료로 활용한다. 경기 상승기에는 광고가 늘고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 기업들은 광고비를 줄이기 시작한다. 한 기업인은 경기를 판단하기 위해 가끔 승용차를 버리고 지하철을 탄다고 말했다. 지하철 차량의 광고 칸이 많이 비었으면 불경기이고 광고 칸이 다시 차기 시작하면 경기가 살아날 조짐이라고 한다.

▷정부와 경제연구기관들의 관측이 자주 엇나갈 만큼 정확한 경기 예측은 어려운 작업이다. 경기저점(低點) 통과 논쟁이 일기도 했지만 정확한 저점 확인은 경기가 상승세로 반전한 후에 사후적으로나 가능하다. 어떻게 하면 정확한 경기 판단이 가능할까 하는 고민 끝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R 단어 지표’라는 것을 만들었다. 신문방송의 기사 중에서 리세션(Recession·경기 침체)이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를 3개월 간격으로 측정해 보면 경기순환을 놀라울 정도로 맞춘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기사에서 리세션의 사용 빈도를 조사해 1990년 미국 불경기의 시작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그러나 이 지수도 경기 침체가 끝나는 시점(저점)은 잘 맞추지 못한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91년 3월 끝났지만 신문들은 그 후 1년 동안이나 리세션을 계속 써 92년 선거에서 집권당인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에게 패배를 안겨 주는 한 원인이 됐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경기가 하강 중임을 확인해 주었지만 저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경기저점 예측은 어려운 것인가.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