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걸맞지 않은 아날로그 방식의 현수막은 쾌적한 풍광을 해치는 공해로 여겨질 정도다. 현수막에 대한 일산신도시 주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주부 최모씨(44)는 “강남 등지에서 수준급 업소가 현수막으로 광고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현수막을 내걸고 광고하는 곳은 수준이 낮은 업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구청도 업소등에 협조공문▼
그러나 이제 일산은 현수막이 자취를 감춘 깔끔한 도시로 변모할 전망이다. 행정 당국과 시민단체가 현수막 없애기 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산구청은 학원연합회와 음식업지부 등 현수막을 광고 수단으로 많이 이용하는 단체에 현수막을 내거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내고 수시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각 업주들이 불법 현수막을 내걸지 않도록 당부하는 것.
일산구청은 1차로 현수막을 내건 업주에게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대형 스티커를 현수막에 붙여 광고효과를 줄이고 있다.
▼스티커붙여 자진철거 유도▼
구청은 또 올해부터 불법광고물에 대한 과태료가 1회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벌금은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로 대폭 상향된 점과 자진해서 철거할 때까지 이행강제금 500만원을 연 2회 부과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구청은 강제수단인 단속보다 각 업소들이 깨끗한 일산 만들기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업소들이 경쟁적으로 현수막을 거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다.
구청은 고양 녹색소비자연대와 함께 현수막을 대체할 광고 수단 등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현재 일산에 설치된 50여개의 현수막 걸이대를 없애기 위해서다. 구청은 합법적인 현수막의 게시 가능 일수도 7일에서 5일로 줄이기로 했다.
구청은 이 달부터 스티커 공해도 막기 위해 스티커가 달라붙지 않는 특수 페인트를 가로등과 전신주에 칠하기로 했다.
▼시민단체 대체광고 조사도▼
녹소련 김미영 사무국장은 “값이 싸기 때문에 현수막 광고가 도시를 뒤덮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크지 않다고 본다”며 “정확한 실태조사를 벌여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업소들은 긴장하고 있지만 경쟁적인 현수막 내걸기가 사라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A갈비 주인 김모씨(51)는 “인근 업소들이 현수막을 걸면 따라서 내걸 수밖에 없었다”며 “다른 업소들이 현수막을 걸지 않으면 인터넷 등 다른 광고 수단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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