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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감독 입만 보고 살아요"

입력 | 2001-02-11 19:13:00


히딩크 사단 합류 조건은 순간 스피드와 순발력?

한국축구대표팀 선수 얘기가 아니다. 갖가지 뒤치다꺼리를 도맡고 있는 통역과 주무 얘기다.

아랍에미리트(UAE)전을 앞두고 10일 오후 두바이 폴리스스타디움에서 가진 대표팀 미니게임. 히딩크 감독의 통역 요원으로 활동중인 전한진 대한축구협회 대리가 한시간 남짓 진행된 경기 내내 라인 밖에 선 채 감독의 입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히딩크 감독의 입이 열리기 무섭게 그라운드로 뛰어들어가 감독의 얘기를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게 그의 임무. 히딩크 감독은 순간 순간 선수들의 어이없는 플레이에 화가 나면 속사포같이 말을 뱉어내기 때문에 1초라도 늦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이날 하루만도 수십 차례 센터서클과 라인 사이를 전력질주한 전 대리의 이마에 선수보다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히딩크 감독은 사전에 훈련 시간을 통보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선수들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사전예고 없이 식사 도중 불쑥 “밥 먹고 몇 시에 집합”이라고 훈련 여부를 알린다. 이 때문에 피가 마르는 건 주무 김대업씨. 감독의 성향을 일찌감치 파악해 가능한 모든 시간대에 훈련 장소를 예약해 두지만 번번이 예상이 빗나가 비상이 걸리기 일쑤다.

“우리는 감독의 입만 보고 살아요.” 유난히 핼쑥해진 두 사람의 하소연이다.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