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김중권(金重權)민주당대표와 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 등 영남권 주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김대표는 9일부터 11일까지 고향인 경북 울진과 봉화를 방문해 “이 지역 출신인 내가 집권당 대표가 돼 대한민국의 정치를 생산해가고 있다”며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지역주민들이 적극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가는 곳마다 “영호남이 조국 근대화와 민주화에 공헌한 각각의 특장점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며 자신이 동서화합의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김대표의 이 같은 고향 나들이와 발언을 당연히 차기 대선과 연결지어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대표가 정권재창출을 위해 ‘TK(대구 경북지역)와의 연대’를 추진하면서 그 중심축으로 자리잡으려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를 현 정권 초기 김대표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던 ‘동진(東進)정책’의 발전적 변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장관 또한 최근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언론과의 전쟁 선포를 불사해야 한다”(7일) “‘조폭적 언론’이라는 말에 공감한다”(9일)는 등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린 ‘튀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7일에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을 찾아가 면전에서 “이제까지 들은 국회연설 가운데 최고였다. 대통령의 국회연설 때와 느낌이 똑같았다”고 추켜세웠다. 또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지도자의 자질이 엿보이는 연설이었다”고 극찬했다. 이런 노장관의 행태를 놓고서도 차기 대권에 대한 그의 꿈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 두 영남주자가 가고 있는 길의 방향이 서로 다르거나, 적어도 다른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노장관이 김대표와는 달리 민주당과 PK(부산 경남지역)와의 연대를 염두에 둔 ‘민주 대연합’을 상정하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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