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프 브로이어(62) 도이체방크 총재의 공식 직함은 ‘경영위원회 대변인(spokesman)’이다. 미국 다우존스 통신사 인터넷정보뱅크에 올라있는 미국계 은행들이 최고경영자 겸 회장(CEO & Chairman)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것과 사뭇 다른다.
총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는 있지만 ‘이사회 임원중 한 명’일 뿐이며, 이사회 멤버들은 공식적으로 ‘1인1표’라는 독일식 은행경영 원칙 때문이다.
브로이어 총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도이체방크 사람이다.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첫 직장으로 도이체방크에 들어와 44년간 한 우물을 판 보기 드문 경우다.
85년 임원에 오른 뒤 9개 지방 증시로 쪼개져 있던 독일 증시 현대화 작업과 프랑크푸르트―런던 증시 통합계획에 참여했다.
임원이 되기 전에는 대부분을‘말하는 속도도 빠르고, 식당에서 고르는 메뉴 결정도 빠르다’는 주식 및 외환 트레이더 생활을 했다.
소신 강하고 결정이 단호한 이들이 그렇듯 브로이어 총재는 올 초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금융기술박람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금융전문 미디어가 늘어나면서 빠른 뉴스전달이 중시되자 오히려 금융전문 기자들의 자질이 예전만 못하다”고 공개 비판하는 등 하고싶은 말은 하고야 마는 스타일이다.
물론 유럽증시 통합과정에서 “프랑스 파리증시는 어린애들(children)같다”고 말한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에 보도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도이체방크의 변신을 상징하는 본점인원 감축, 뱅커스트러스트(BTC) 최고위층 잔류를 위해 수백만달러 보너스 결정, 드레스드너 합병 무산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99년에는 미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한 올해의 경영인 25명에 뽑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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