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내세우는 ‘법과 원칙에 의한 강한 정부론’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2일 “정의롭지 않은 법은 법이 아니다”고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이총재는 이날 당 회의를 주재하면서 “여권이 ‘강한 정부’ ‘강한 여당’ 운운하며 ‘법과 원칙’이란 말을 함부로 쓰고 있다”며 “정의로운 법만이 법이며, 정의롭지 않은 법은 이미 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이 내세우는 ‘법과 원칙’은 국민을 힘으로 제압하고 언론을 핍박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 관계자들은 이총재의 발언을 여권이 법을 앞세워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즉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사건 수사와 언론사 세무조사 등의 부당성을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 “이총재의 발언이 듣기에 따라서는 법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며 “대법관 출신으로서는 표현이 너무 세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이총재의 발언은 법 일반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은 정의롭게 사용돼야 한다는 법의 참뜻을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기자간담회 도중 미리 준비한 메모를 보면서 “자의적으로 법이 정의롭다 아니다 판단하는 것은 법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의롭지 않은 법이라고 멋대로 재단해서 법을 무시하는 것은 패도(覇道)정치”라고 비판하고, 야당 측이 문제삼고 있는 ‘안기부 돈’ 사건 등에 대해서도 “법대로 처리하는 것이 바로 정도(正道)”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대변인도 “자신의 정치적 이해와 다르다고 나라의 법질서를 모독하고 선동하는 이총재의 행태는 그가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위험한 가치관의 소유자인지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재(金聖在)정책기획수석비서관도 기자간담회를 자청,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말한 ‘강력한 정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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