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와 정보통신 기업의 본산지라서 그런지 길을 지나다 보면 유난히 젊고 활기찬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온갖 재미있는 시설이 밀집해 있는 코엑스몰도 너무 마음에 들고요.”
이런 매력들에도 불구하고 박씨는 출퇴근시 교통 문제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 일대 사람들은 대부분 지하철을 애용하지요. 도로는 워낙 차가 막히는데다 주차료도 엄청나거든요.”
하지만 지하철 역시 박씨에게는 만만치 않은 ‘전쟁터’.
“출근시간에 수천명의 승객들과 부대끼면서 비좁은 승강장을 빠져나오려면 정말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에요. ”
박씨가 아침마다 역을 빠져나오면서 녹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삼성역이 출퇴근시 이용승객에 비해 너무 좁게 지어졌기 때문.
지난해 2호선 삼성역의 하루 평균 승하차인원은 14만1600여명. 2호선이 처음 개통된 당시 예상했던 1일 최대 승하차인원은 5만여명으로 이용인구가 예상보다 3배로 늘어난 것.
역이 처음 생길 무렵인 80년대 초반만 해도 인근 지역이 거의 개발되지 않아 지금처럼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될 것을 아무도 예상 못했기 때문. 실제 이용인구가 훨씬 적은 인근 종합운동장역 등에 비해서도 작은 규모로 지어졌다.
더구나 역의 구조도 승강장이 철로 중간에 있는 ‘섬식’이기 때문에 양쪽에서 내린 승객들이 가운데 계단으로 몰리면서 혼잡도가 배로 심해지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전문제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는 박씨. “승강장에서 빠져나오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요. 비좁은 계단에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자칫 넘어지면 압사사고마저 날 수 있거든요.”
특히 지난해 상영관이 17개나 되는 메가박스와 대형수족관 등이 들어선 코엑스몰이 문을 열면서 하루종일 북새통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지하철공사는 역의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서울시지하철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역 시설을 부분 보수하기는 했지만 애초에 비좁게 설계된데다 승강장도 철로를 옮기지 않는 한 확장이 어렵다”며 “당분간 폭증하는 이용승객에 대해서는 안전요원을 추가로 배치해 사고를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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