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안영화제’를 표방하며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위원장 최민)가 프로그래머들과 실무진의 사퇴로 심한 내분을 겪고 있다. 지난해말 김소영 프로그래머의 사임과 1월말 정성일 프로그래머의 사표 수리에 이어 이달초 프로그램팀과 홍보팀도 집단 사표를 내 핵심 실무진이 모두 전주영화제를 떠났다.
내분은 영화제 방향을 둘러싼 의견 차이에서 비롯됐다. 1회가 끝난뒤 전주시 관계자들은 영화제 프로그램이 시민 위주의 대중적 행사가 아니라 영화애호가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비판은 엉뚱하게도 김소영 프로그래머의 일 처리방식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갈등은 점차 불거져 운영위원회는 김소영 프로그래머를 제명했고 김소영 프로그래머는 사의를 표명했으나, 자신의 사의 표명이 “해임성 사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성일 프로그래머와 프로그래밍팀, 홍보팀은 프로그래머의 복귀를 요구하는 조건부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같은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분에 대해 줄곧 침묵해온 김소영, 정성일 프로그래머는 10일 공식입장을 발표하고 “최민 위원장을 수반으로 하는 위원회 의사결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됐고, 프로그램에 대한 이의제기도 비합리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운영위 측은 서동진씨(퀴어영화제 집행위원장), 안해룡씨(비디오 저널리스트)와 프랑스의 앙투안 코폴라(엑상 프로방스대 영화과 교수)를 프로그램 어드바이저로 영입했으며 최민 위원장은 앙투안 코폴라와 프로그램 수급을 협의하기 위해 12일 베를린으로 출국했다. 영화제 김정수 사무국장은 “비상 상황이라 프로그램이 불안정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영화제 컨셉이 바뀌는 것은 없으며 정상적 개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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