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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포커스]국내 첫 보안전문 여성 출동대 인형자씨 인터뷰

입력 | 2001-02-12 19:35:00


《“가장 기초적인 기기점검도 철저히 하는 것 잊지마. 현장에서 범인과 조우했을 경우 우선 퇴로를 차단한 뒤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

필요할 경우 반항할 수 없도록 장비를 사용하고….”12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의 D은행 지점의 금고. 검은색 유니폼과 모자, 방탄복에 가스총과 전기충격기로 무장한 20대 초반 미모의 여성이 긴장된 표정으로 남자대원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보안전문업체인 에스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선발한 10명의 여성 출동대원 중 한명인 인형자씨(22).

‘더 이상 연습이 아니야. 정신 바짝 차려야 해.’ 3개월 간의

교육을 마치고 현장에 투입된 첫날, 남자대원 못지않게 잘 해내리라 다짐을 하며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원래는 체육교사가 꿈이었죠. 어릴 적부터 운동을 무척 좋아했고 운동 감각도 뛰어나 체육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유도 2단, 태권도 초단인 그는 스쿼시, 스키, 스노보드 등으로 다진 체력으로 대학 재학시 자원봉사나 아르바이트로 각종 행사의 인력경호나 안전요원으로 활동했다. 덕분에 졸업 무렵 타인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보안전문요원’이야말로 꼭 도전해보고 싶은 ‘전문직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러나 가족과 친구 등 주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레저스포츠 강사나 교사 등 평범한 직업을 마다하고 유사시 흉기를 든 범인을 상대해야 하는 ‘험한 일’에 뛰어들겠다는 그녀를 만류하고 나섰던 것. 인씨는 “요즘은 ‘베스트가 되어라’며 격려할 정도로 든든한 후원자가 된 남자친구도 처음엔 ‘쌍수’를 들고 반대했다”고 말했다.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지난해말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지만 ‘보안요원’의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오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고된 체력단련과 무술교육, 생소하기만 한 전자장비 및 설비 실습 등 하드 트레이닝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초의 여성보안요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인씨 등 10명의 ‘여전사’들은 똘똘 뭉쳐 한명의 탈락자도 없이 전 과정을 수료했다. 한달간의 현장실습을 마치면 인씨는 강남지역에 배치돼 1300여명의 남자대원들과 함께 주택가 사무실 상가 등 400여곳의 안전을 책임지게 된다.

‘초보대원’으로서 선배들의 경험과 애환을 경청하는 것도 교육의 연장이다. 한밤중에 시각 경보가 접수된 상가로 긴급 출동해 극도의 긴장감속에 점검을 하다 마네킹이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침입자’로 착각해 박살내는 실수담은 차라리 애교스럽다 치더라도 고객으로부터 괜한 의심을 받을 때가 가장 곤혹스럽다 한다.

“방범과 사고예방이라는 임무 외에 고객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껴졌습니다.”

현장 출동요원으로 다년간 경험을 쌓은 뒤 중앙통제실 등 시큐리티 핵심부서의 관리자로 일해보는 것이 앞으로의 포부인 신세대 보안요원인 인씨.

“금녀직종에 최초로 도전한 여성대원으로서 개척자의 각오로 남자 이상의 몫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당연히 결혼 상대도 제 직업을 이해하고 적극 ‘외조’해 주는 남자가 될 것입니다.”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