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F5E 전투기의 미사일 오발사고 원인이 98년 미국에서 해외군사판매(FMS) 방식에 의해 도입된 엔트론사의 불량부품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합리한 FMS 규정 등 미국무기 도입시스템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FMS 제도는 미국 정부가 품질을 보증하고 미국 내 제작사가 납품해 우방국에 무기를 수출하는 판매 방식으로 미국 도입 무기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주요 제품의 경우 구입 전은 물론 구입 후에도 제품에 대한 아무런 기술정보를 얻을 수 없는 데다 심지어 정비를 위해 임의로 분해할 수도 없도록 돼 있다.
이번 오발사고를 낳은 전원공급부품도 불량품이었지만 이번에 사고가 날 때까지 도입 계약상 뜯어볼 수 없게 돼 있었다. 그동안 이 부품을 장착한 F5E기 60여대가 사고의 위험을 안고 비행해 왔던 것이다.
오래된 기종인 F5E기의 경우 분해할 수 없는 도입제품이 전원공급부품 정도이지만 신예기인 F16기는 무장관련 부품만 120여 가지를 분해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주요 핵심부품 대부분이 불량품인지 정상품인지도 확인하지 못한 채 전투기를 운행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FMS 제도는 하자보상기간이 1년에 불과해 불량품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돼 있어 불평등 논란이 계속돼 왔다.
차종권(車宗權)공군감찰감은 “이 제품에 대한 하자보상기간이 지났으나 제작상의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측은 보상기간이 지났다고 주장하면서 부품의 임의분해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 오발사고로 공군은 엄청난 전력 차질을 빚게 됐다.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지난 2주 동안 공군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F5E기가 발이 묶인 채 훈련을 할 수 없었다. 비록 하자가 없는 다른 회사 부품으로 교체한다고 하더라도 부품 도입 때까지 전체의 30%에 이르는 F5E기에 미사일을 장착할 수 없어 전투력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밀 안전검사와 보상협의에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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