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열차나 식당, 그리고 공원이나 목욕탕에서 자식이 아버지에게 소위 반말 을 하는 경우를 자주 듣고 볼 수가 있다. 반면에 깎듯하게 경어를 쓰는 아이들은 별로 많이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큰일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떤 부모들은 자식과 격의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하늘을 보라. 맑고 화창한 날도 있지만 비바람 휘몰아치는 날도 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화기애애한 날도 있지만 불만과 갈등으로 잔뜩 찌푸린 날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관계가 좋지 않은 날이면 과연 어떤 말투로 대화하게 될지 걱정된다. 인간사회에는 부모와 자식,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의 예의가 필요하다. 최소한의 예의와 순서를 가르쳐야 할 가정이 무너지면 학교가 붕괴되고 나아가 사회가 붕괴된다.
일본의 TV뉴스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제1의 덕목으로 일본인은 남을 배려할 것, 미국인은 모든 일에 책임을 질 것, 한국인은 예의바를 것, 즉 부모에게 효도하고 윗사람을 공경할 것을 꼽는다고 보도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우리의 제1의 덕목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같은 우리의 전통미덕이 갈수록 흔들리고 있는 듯해서 안타깝다.
이우석(성심외국어대 일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