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이 관리중인 국민주택기금에 수조원대의 부실이 추정된다는 국민은행 임원의 발언이 양 은행의 합병을 앞두고 미묘한 파문을 던지고 있다.
김유환(金有丸)국민은행 상무는 13일 “국민주택기금은 건설업체들에 주로 지원되는 기금인 만큼 상당규모의 부실여신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합병 본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부실에 대한 책임문제를 명확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국민은행은 이 기금의 부실이 합병 후에 문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합병은행이 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확인을 위탁자인 건설교통부에서 해주거나 아니면 부실이 더 커지기 전에 기금을 정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주택기금은 서민들의 주택마련을 돕기 위해 조성된 것으로 임대주택을 포함,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을 건설할 때 건설업체에 저리대출되거나 전세자금 또는 아파트 중도금 융자 등에 쓰이고 있다. 현재 기금 규모는 41조여원이며 건설업체 등의 부도로 일부가 연체되는 등 부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주택은행 관계자는 “이 기금은 대출이 될 때 거의 전액이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기 때문에 부실이 생기더라도 주택은행이 책임져야 할 부분은 거의 없다”며 “국민은행측에서 기금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밝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주택은행 일부에서는 국민은행 김상무의 이같은 발언이 합병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한 사전조치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앞서 김정태주택은행장이 대주주인 ING그룹과 증자문제를 협의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국민은행측은 합병 전에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라며 공격을 한 적이 있다.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