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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영재의 월가리포트]인간게놈지도와 아폴로의 달착륙

입력 | 2001-02-13 18:32:00


“내가 디딘 발걸음은 한 인간으로서는 작은 걸음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진보다.”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은 당시 이렇게 말했다.

인류의 달착륙에 비견할 수 있을만한 사건이 12일 일어났다. 인간 게놈지도가 공개된 것. 달착륙 이후 세계 각국의 우주공학 연구가 붐을 일으킨 것처럼 이번 게놈지도 발표는 뉴욕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이같은 움직임은 계속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폴로11호의 달착륙 이후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인류는 달로부터 별 혜택을 받지 못했듯 게놈지도도 당장 상업적인 이익을 가져오기 힘들 것 같다.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함께 이번 연구결과를 공동발표한 셀레라 지노믹스사의 주가는 발표 당일 15%나 급등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게놈 지도 정보를 이용하려던 셀레라 지노믹스사의 의도는 벽에 부딪혔다. 셀레사 지노믹스사측에서는 자사의 연구 결과가 HGP측보다는 정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단순한 정보 판매만으로 수익을 얻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이다.

또한 당초 인간 유전자 숫자는 10만개로 예상됐으나 이번 연구 결과 초파리의 유전자의 2∼3배 정도인 4만개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도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전자 수로만 따지면 인간이 초파리보다 2∼3배 고등 동물에 지나지않는다는 단순한 계산이 가능하다. 즉 중요한 것은 유전자 자체가 아니라 각각의 유전자가 복잡한 상호작용을 거쳐 만들어내는 단백질 조합이라는게 과학자들의 해석.

따라서 게놈 지도 작성만으로는 인체의 신비를 풀기엔 부족하고 당장 상업화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단백질을 추가로 연구해야하는 과제가 언제 끝날지도 모른채 또다시 인류앞에 남은 셈이다. 셀레라 지노믹스도 즉각 단백질을 연구하는 프로테오믹스(Proteomics)를 위한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최근 뉴욕증시에 불고 있는 바이오주의 향방도 장기전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장 뉴스에 반응해 크게 오르기는 했지만 상업적인 성공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선결돼야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는 것을 투자자들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