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의 난민신청을 처음으로 받아들여 본국에서 반정부활동을 벌이다 망명한 에티오피아인에게 난민의 지위를 부여했다.
법무부는 13일 외교통상부와 보건복지부 등 7개부처로 구성된 ‘난민인정실무협의회’를 열어 정치적 박해 등을 이유로 난민신청을 한 에티오피아인 데구 타다세 데레세(26·전도사)에게 난민의 지위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 오로모족인 데레세씨는 본국에서 기독교 선교활동을 하던 중 반정부단체인 오로모해방전선(OLF)에 소속돼 반정부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94년 이후 매년 수차례에 걸쳐 구금 폭행당하는 등 박해를 받았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데레세씨는 이후 친정부단체인 오로모인민민주단체(OPDO)에 가입하라는 협박과 강요를 받자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97년 한국으로 입국, 지난해 7월 난민신청을 했다.
난민지위가 인정됨에 따라 불법체류상태였던 데레세씨는 법무부에서 특별체류허가를 받아 합법적 신분으로 국내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92년 12월 ‘유엔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고 94년 7월 출입국관리법에 난민관련규정을 두었으나 지금까지 103명의 난민 신청 중 45건을 기각하는 등 한건도 받아들이지 않아 “난민에 인색하다”는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아왔다.이에 대해 박찬운(朴燦運)변호사는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며 “그러나 아직 신청절차가 까다롭고 인정 범위도 국제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가 난민에 대한 본질적인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첫 난민지위 인정을 계기로 인권국가로서의 위상을 높이게 됐다”며 “현재 심사가 진행중인 47명에 대해서도 요건을 갖춘 경우 적극 수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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