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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신비가 풀린다]"유전자혁명 주도"

입력 | 2001-02-13 18:42:00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을 계기로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서둘러 유전자 연구 지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유전자 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다국적 연구단체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인간게놈 해독의 2단계 작업인 질병치료와 신약개발 연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미국은 이를 위해 내년 NIH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인 3억3552만달러(약 20조9000억원)로 책정하고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를 명실 상부한 ‘생명공학의 메카’로 육성키로 했다.

NHGRI는 현재 쥐를 비롯해 인간과 유사한 DNA(유전정보) 구조를 가진 동물들에 대한 게놈 해독 작업과 인간의 개인간 유전자 차이를 규명할 수 있는 단일염기다형성(SNP)연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독일도 앞으로 3년간 유전자 연구에 8억7000만마르크(약 5000억원)를 투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유전자산업발전계획을 12일 발표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에델가르트 불만 연구부 장관은 우선 3억5000만마르크를 2003년까지 유전자연구소간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전자연구소간 네트워크를 구성해 유전자의 기능 분석과 질병 연구에 활용할 경우 독일은 유전자 연구의 강국인 영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유럽 최고의 위치에 서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본은 인간게놈 연구에서는 비록 미국에 뒤졌지만 게놈 정보를 실용화하는 포스트게놈연구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겠다며 생명공학 관련 분야에 대한 대폭적인 투자 계획을 마련했다.

일본은 이를 위해 우선 문부과학성의 올해 게놈 관련 예산을 지난해의 688억엔(약 7224억원)보다 16.6% 늘어난 802억엔(약 8421억원)으로 책정했다.

일본은 또 지난해부터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치매 암 당뇨 고혈압 등 주요 질환의 유전자 정보 해석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신약 및 진단치료법 개발 △세포기능의 해석 및 이용에 관한 연구와 기술개발 등 게놈 응용연구를 국가적 연구과제로 지정했다.

일본은 2010년까지 바이오 시장 규모를 현재 1조엔에서 25조엔대로 키우고 바이오 관련 벤처기업을 1000개 설립할 계획이다.

stern100@donga.com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개별유전자 역할 밝혀야▼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으로 유전자 연구에 한층 가속도가 붙게 됐으나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만만찮다. 대표적인 것이 유전자의 기능과 역할을 밝혀내는 것.

인간게놈지도가 대기업 내 수많은 직원의 이름과 부서를 기록한 전화번호부라면 각 직원이 맡은 업무, 부서간 협조관계, 업무가 잘못됐을 때의 책임자 처벌 규정 등 각 유전자의 기능과 역할을 규명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하지만 2만6000∼3만9000개에 이르는 유전자들이 각각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하는지를 규명하는 일은 막대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인간게놈 해독에 참여한 셀레라 제노믹스사의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인간의 유전자 가운데 40%는 아직 그 기능을 알 수 없다”고 고백했다.

따라서 각 유전자의 기능과 역할을 밝혀내고 유전자의 활동과 이들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밝혀내야만 생물학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인간게놈 정보를 이용해 유전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규명해 내는 것으로 개인간 DNA(유전자 정보) 암호의 차이를 구별하면 유전자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유전패턴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백만개의 DNA 암호가 어느 염색체에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이 염색체의 DNA 암호를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신속하게 검색할 수 있고 이럴 경우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는 것.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 286개의 유전자가 질병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의 프랜시스 콜린스 소장은 “폐 질환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분리해 내는 데 10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2주일 안에 이를 분리할 정도로 유전학 연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벤터 박사는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개성과 지능을 DNA 암호만을 갖고 규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tern1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