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국선도에 빠져 사는 기획예산처 김준배 사무관
국선도에 입문한지 12년째인 김준배씨(47·기획예산처 국방예산과 사무관)는 생활이 곧 수련의 일부가 된지 오래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서류와 씨름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가끔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혼미해질때가 있다. 김씨는 그럴때면 의자에 앉은 그대로 허리를 펴고 단전에까지 이르는 깊은 심호흡을 몇 번 반복한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신은 맑아진다.
지난해 복지예산과 근무시절 4개월 가량 거의 매일 밤 12시까지 사무실을 지키며 혼자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와 전쟁을 치를 수 있었던 것도 국선도를 통한 단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씨가 국선도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것은 89년.옛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생활을 시작해 기획, 예산관련 분야에서 주로 일해온 김씨는 계속되는 격무로 소화가 잘 안되는 일이 반복되며 체력마저 떨어지고 업무효율도 저하되는 걸 느끼자 당시 과천정부종합청사 1동 지하 1층에 공간을 얻어 막 회원을 모집중이던 국선도연구모임에 등록했다.
다른 운동에 비해 정적인 국선도는 김씨와 ‘궁합’이 잘 맞았고 몇 달만에 국선도인들이 사용하는 표현대로 ‘맛’을 들이는데 성공했다. 이후 김씨는 정부조직 통폐합으로 재정경제원,기획예산위원회,기획예산청으로 직장이 바뀔 때도 한번도 국선도와의 인연을 놓지 않았고 그 덕분에 지금은 중기단법―건곤단법―원기단법―진기단법으로 이뤄진 일련의 수련과정중 아마추어로서는 최고과정이라 할 수 있는 원기단법을 수련할 만큼 ‘고수’의 반열에 올랐다.
김씨는 현재 기획예산처와 조달청 여성부 공무원 15명으로 이뤄진 ‘조달청사 국선도 동우회’의 간사로 모임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김씨의 하루 수련시간은 주 3회 점심시간을 이용한 1시간정도. 주로 청사내에 마련된 동우회방을 이용하지만 가끔 청사 인근 야산을 찾아 자연의 기를 느끼기도 한다. 김씨는 이 정도 투자만으로도 지금까지 ‘보약 한번 지어 먹어야 겠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물론 나이탓에 가끔 가벼운 감기 몸살정도는 앓지만 몸져 누울 정도로 앓아본 적은 없었다는 것.
김씨는 “본격적인 수련(행공)에 앞서 다양한 준비운동만으로도 몸에 땀이 나고 호흡법중 일부 동작은 온몸이 땀으로 젖을 만큼 재이있고 어려운 동작도 있어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며 “국선도 수련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몸에 남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수련장 110여곳…3개월 정도면 틀잡혀▲
한민족 전통의 수련법인 국선도가 처음 일반인들에게 소개된 것은 1970년 서울 종로3가에 국선도 본원이 문을 열면서부터. 국선도인들에게 ‘청산선사’로 알려진 고경민씨(64)가 ‘청운도인’(본명 이송운)으로부터 전래의 호흡법을 전수받은 뒤 산중수련을 통해 수련법을 체계화했다.
국선도의 주된 수련방법은 호흡법. 350여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자세의 호흡법을 통해 우주의 기와 인체의 기를 상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3개월 정도 꾸준히 수련하면 수련과정의 첫 단계인 중기단법 전편 초기단계에 입문해 호흡법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국선도는 현재 전국 110여군데 전수장에서 1만5000여명(6개월 이상 등록회원 기준)이 수련중이며 지금까지 60여만명이 거쳐갔다. 세계 국선도연맹 홍보담당 양진숙씨는 “국선도는 개인의 신체적인 조건과 수련단계에 맞춰 평생을 수련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이 특징”이라며 “일반인들은 호흡법 말고도 준비운동과 정리운동만으로도 신체의 혈액순환은 물론 오장육부를 자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맹 02―76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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