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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호텔 세탁부 박문재 지배인의 세탁물 관리 '노하우'

입력 | 2001-02-13 18:48:00


“화학제품으로 세탁하다보면 고무로 코팅된 의류가 약간 손상될 수 있어요. 이런 고급 제품을 원형 그대로 유지하기란 정말 쉽지 않아요.”

웨스틴 조선호텔 세탁부에 세탁물을 맡기려면 ‘오점제거 1인자’로 통하는 지배인 박문재씨(62)의 ‘검열’을 통과해야 한다. 박 지배인이 ‘경고’를 했음에도 굳이 의류를 맡기고 싶어하는 고객은 ‘만일의 사태에도 항의할 수 없다’는 각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이곳에 맡겨지는 의류들은 모직코트 파시미나 캐시미어 니트 등 고가품이 많은 편이어서 의뢰창구에서부터 의류의 이상 여부나 손상 가능성에 대한 점검이 끝나야 세탁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

“조선호텔은 동네 세탁소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단골 고객이 아니면 거의 찾지 않는 편입니다. 한 고객이 이탈리아제 등 고급 의류를 수십벌씩 맡기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세탁물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지요.”

조선호텔의 세탁비는 코트 3만원, 양복 한벌 2만4000원, 넥타이 4200원 등으로 비싼 편이지만 올이 풀린 부분이나 얼룩자국들을 ‘원상회복’하는 비용도 포함돼 있다는 것.

박 지배인은 서울 용산 미군부대에서 세탁기술을 익힌 뒤 75년 조선호텔 라운더리의 붙박이로 일하고 있다. 그는 세탁부 직원 19명의 ‘지휘자’이면서 옷에 묻은 커피 기름 음식물 등 각종 이물질을 제거하는 일을 전담하다시피 한다.

그는 다른 세탁소에서도 비치하고 있는 4, 5종의 세정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섬유재질에 따라 적절히 배합해 원단을 손상하지 않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기술로 유명하다.

그는 “같은 물질이라도 의류에 따라 제거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1, 2일 동안 몇 차례씩 세정약품을 발랐다 말리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소개했다.

이곳의 세탁기술은 정평이 나있어 부산 제주 등 지방에서도 세탁물이 택배로 맡겨질 정도다. 세탁물량은 하루 평균 투숙객 500벌, 일반고객 100벌.

‘의뢰창구’에서 일하는 직원은 “특수 스팀기계 등을 동원해 다림질을 하기 때문에 양복의 경우 일주일을 입고 다녀도 구겨지지 않아 손님들이 좋아한다”며 “그래서 한번에 와이셔츠만 30개를 맡기는 등 ‘다발’ 세탁물이 많다”고 말했다.

min07@donga.com

◇"대통령 양복은 기본…식탁보까지 손질했죠"

조선호텔에서만 26년을 일해온 ‘세탁의 장인(匠人)’ 박문재 지배인은 예전에는 ‘청와대 세탁물’을 꽤 많이 맡아 처리했다.

“박정희 대통령부터 김영삼 대통령까지 청와대 세탁물의 상당 부분이 조선호텔 세탁부로 왔지요. 이제는 이 곳으로 오지 않지요.”

그의 손을 거친 ‘청와대 세탁물’은 대통령 양복, 영부인 한복 등이었고 가끔 흰색 식탁보도 있었다는 것.

그는 “청와대에서 입는 의류가 모두 의뢰되는 것이 아니었고 행사나 해외순방 때 입는 의류를 세탁했다”며 “일반 의류는 며칠씩 세탁을 해야 했지만 청와대에서 맡기는 물품은 당일에 세탁손질을 끝내야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세탁물이 들어오면 조그마한 옷핀도 들어가서는 안되기 때문에 일반 세탁물을 받을 겨를이 없을 만큼 신경을 곤두세웠지요. 현직 대통령은 이런 고충을 아는지 예전에 거래했던 곳에 세탁물을 맡긴다는 소문을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