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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프로페셔널의 조건'

입력 | 2001-02-14 15:47:00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386쪽 1만2000원 청림출판

드러커 교수의 글은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문제의 핵심을 잘 간파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나 유익하다. 특히 그는 일련의 책들과 기고를 통해 지식경제 시대의 도래, 이에 따른 조직과 개인의 변화에 대해 누구보다도 앞서 역설해 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전통적인 생산 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은 이제 더 이상 기업의 경쟁우위 원천이 될 수 없다. 예컨대 미국의 전통적인 제조 기업의 경우 인건비가 총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13%에 불과하다.

또한 자본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조달이 가능하다. 이제 단 하나의 의미 있는 경쟁 우위는 지식, 다시 말해 지식 근로자의 생산성이다. 이때 지식 근로자란 특정 분야의 지식을 자신의 업무에 활용하는 전문가를 뜻한다.

이처럼 기업 경영의 초점이 공장 설비나 육체 노동자에서 지식 근로자로 이동함에 따라 개인과 기업간의 전통적인 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다. 우선 지식 근로자들은 이제 더 이상 자기 자신을 고용 기관과 동일시하지 않는다.

드러커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종신 고용의 전통이 남아 있는 일본과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조차 1960년대까지는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제너럴 일렉트릭이나 시티은행처럼 자신이 다니는 직장을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지식 근로자들은 금속 기술자나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를 직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자신의 전문 지식과 능력을 중시하는 풍토가 생겼고, 지식과 능력에 적합한 직장으로 옮기는 이직 현상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직업 개념과 고용 관행의 변화는 기업 경영자에게도 새로운 과제를 안겨 주고 있다. 즉, 이제 더 이상 봉급을 주는 것만으로는 조직에 대한 종업원들의 충성심을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조직은 지식 근로자들이 기업에 공헌하고 자아 실현도 할 수 있는 기회의 장(場)을 마련해줘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지식 근로자는 자신의 전문 지식을 최대한 활용해서 기업과 개인의 성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직장으로 옮길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지식 근로자들에게 그들의 지식을 직무에 투입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설득함으로써 지식 근로자들의 충성심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과 지식 근로자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하나의 팀이며, 지식 근로자들이 지식을 생산하고 경영자들은 이러한 지식을 기업에 응용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이 책의 3, 4부에서는 지식 근로자들이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한 기초 지식과 자기 관리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 뿐 아니라 새로운 인사 제도를 정립해야 할 경영자들에게도 숙독을 권하고 싶다.

이동현(가톨릭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