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알을 왜 어미새가 쪼아먹겠습니까. 번식기에 예민해지는 것은 사람과 동물이 마찬가지인데 코앞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신경질적이 될 수밖에.”
TV 자연다큐멘터리에서 알을 품던 딱새가 갑자기 알을 쪼는 장면이 나오자 조류학자인 경희대 윤무부(尹茂夫·생물학과·사진)교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딱새는 자기 몸만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둥지를 만들지만 TV에는 둥지 입구가 아주 ‘훤하게’ 보였는데 이는 카메라 촬영 편의를 위해 의도적으로 넓힌 것이란 분석이다. 안방 문을 열어놓고 어떻게 ‘출산’을 하겠냐는 것이 윤교수의 설명이다.
윤교수는 ‘다큐 촬영 수칙 10계명’을 만들어 국내외 TV사 등에 보낼 계획이다. 환경보호를 내건 환경파괴를 막아보자는 취지다.
수칙 제1조는 ‘속이지 말라’. 윤교수는 한 TV의 비무장지대 르포를 예로 들었다. 겨울철새인 비오리가 나오는 장면의 배경음은 일본 방송사가 방영했던 고방오리 소리라는 것이다. 백로가 나올 때는 두루미 소리가 나오고 수리부엉이를 소개할 때는 일본의 토종새인 유리딱새 소리가 나온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동물의 특성을 알라’. 윤교수는 최근 유명인사들이 새를 날려보내는 행사를 하면서 올빼미나 소쩍새 등 야행성 조류를 대낮에 풀어놓은 것은 동물학대라고 말했다.
“어떤 다큐멘터리에서는 야행성에 수중동물인 수달을 대낮에 흙바닥에 풀어놓고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가리켜 모래목욕을 하느니, 야성을 상실했느니 떠들었습니다.”
또 하나는 ‘위협적이 되지 말라’. 윤교수는 카메라를 들고 나갈 때 누더기 같은 옷을 입는다. 새는 시각이 발달해 알록달록한 낯선 빛깔에는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자연다큐멘터리는 활성화돼야 합니다. 그러나 맨 먼저 양심을 갖추고 다음에 제대로 된 지식을 갖춘 뒤 촬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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