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9월 이후 발행된 대우채권이 들어있는 투자신탁회사 수익증권에 대한 금융감독위원회의 환매 연기조치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당시 수익증권 투자액을 돌려받지 못해 손실을 본 투자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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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정장오·鄭長吾부장판사)는 9일 무역업체인 Y사가 “99년 대우그룹 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회가 환매 연기조치를 내리는 바람에 제때에 수익증권을 환매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증권사는 Y사에 4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99년8월12일 수익증권 환매 제한조치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유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재판부는 “98년9월 증권투자신탁업법이 개정된 이후 금감위는 수익자의 환매청구에 대한 환매대금 지급을 유예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어졌다”며 “따라서 증권사가 금감위로부터 환매연기를 승인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두 기관 사이에서만 유효할 뿐 증권사와 투자자 사이에는 효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우증권이 환매대금 지급 의무를 무시한 채 금감위의 결정을 이유로 뒤늦게 대금을 지급한 만큼 이로 인해 생긴 지연손해금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Y사는 99년 8월 대우증권에서 매입한 수익증권 환매를 요구했으나 당시 금감위가 대우그룹 유동성 위기로 인한 대량 환매청구를 막기 위해 수익증권의 환매연기를 승인했다는 이유로 대우증권이 환매를 거부해 다음해 2월에야 대금을 지급받게 되자 소송을 냈다.
당시 금감위는 투자신탁회사의 공사채형(MMF 포함) 주식형 수익증권에 가입한 금융기관과 기업, 개인이 돈을 찾기 위해 환매할 경우 해당 펀드에 포함된 대우 채권분만큼은 나중에 찾아가도록 환매를 연기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편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금감위측은 “98년 9월 증권투자신탁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천재지변, 시장폐쇄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금감위의 승인을 얻어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환매를 연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면서 “현재까지 판매되는 모든 수익증권 약관은 개정되기 전 구법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은 법원이 그 사실을 모르고 개정된 신법만을 적용한 해석상 오류”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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