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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IQ 해마다 껑충…신세대일수록 똑똑?

입력 | 2001-02-14 18:44:00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요즘 아이들은 정말 똑똑해’라고 느끼는 부모들이 많다. 실제 과학자들의 조사에도 지능지수(IQ)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과연 인간의 지적능력이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긍정과 부정 두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IQ의 증가가 영화나 텔레비전, 비디오게임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다.

미국 코넬대학교 울릭 네이서 교수는 ‘상승 커브’라는 책에서 “영화, 텔레비전, 비디오게임의 영상이 아이들의 사고능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네이서 교수는 “지난 세기의 후반부에 인간의 지적능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시각적 해독력이다”며 “최근의 지능지수 증가가 어휘력이나 수리력보다 교육의 효과가 덜한 도형해독력 부분에서 뚜렷한 점이 이를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반면 IQ의 증가는 인간의 지적능력이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없으며 단지 IQ검사 문제를 풀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온타리오 교육연구소의 하워드 러셀 박사는 “20세기 초 IQ검사 문제가 개발됐을 때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문제를 풀어야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요즘 아이들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면서 포장지나 식판에 적혀있는 IQ검사에 나오는 퍼즐 문제를 미리 풀고 있다는 것.

IQ증가현상을 처음 보고한 뉴질랜드의 제임스 플린 박사 역시 IQ의 증가가 실제적인 지적능력의 향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플린 박사는 인간 집단에 별다른 유전적 변화 없이 그렇게 짧은 시기에 진화적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만일 진화적 변화가 있었다면 사회 전체가 더 영리해졌어야 하며 천재들도 더 많이 나왔어야 한다.

또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어야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플린은 IQ의 증가가 지적 능력의 발전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갈수록 정신적인 일을 더 많이 요구하는 사회현상의 반영으로 본다.

흔히 ‘플린 효과’로 불리는 IQ 증가 현상은 80년대 초반 뉴질랜드의 심리학자 제임스 플린이 전세계 심리학자들을 대상으로 자국의 IQ지수 변동 추세를 조사하면서 밝혀졌다.

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유럽 미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의 IQ검사에서 모두 이런 현상이 관찰됐다. 이 현상은 그후 심리학자뿐 아니라 진화생물학자, 사회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논쟁거리가 됐다.

플린은 최근에는 지난 10년 간 13개국 이상의 개도국에서도 5∼25점 IQ가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샌디에이고) 생물학 교수인 크로스토퍼 윌스는 국내에도 번역돼 나온 ‘진화의 미래’에서 “IQ 검사로 인간의 모든 지적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두뇌 기능 중 일부를 측정할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윌스 교수도 네이서 교수와 마찬가지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게임에서 빠른 속도로 영상들이 반짝이며 지나가는 것이 두뇌 기능의 속도를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윌스 교수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질병의 감소다. 인간의 두뇌 작용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지만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질병이 두뇌 기능과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질병의 감소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최소한 두뇌 기능의 저하를 막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