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은 인류가 햇빛에 적응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과학아카데미의 인류학자인 니나 야블론스키 박사팀은 인류가 오늘날처럼 다양한 피부색을 갖게 된 과정을 설명한 논문을 학술잡지 ‘인간진화’에 최근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열대지방의 사람들은 햇빛의 자외선에 파괴되기 쉬운 생체물질을 보호하려고 짙은 피부색을, 고위도 사람들은 빛을 최대한 받아 비타민D를 만들려고 옅은 피부색을 갖도록 진화했다.
인류가 피부색을 갖게 된 것은 털이 없어지면서부터이다. 인류의 조상은 약 400만 년 전 열대우림에서 동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으로 활동무대를 옮기면서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인류는 땀을 증발시켜 열을 식히기 위해 전신에 200만개의 땀샘을 갖게 됐다. 이와 함께 땀이 쉽게 마르게 하기 위해 털은 점차 사라졌다.
그런데 털이 없어지면서 동시에 피부가 검어지기 시작했다. 자외선이 피부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색소인 멜라닌이 피부표면에 퍼졌기 때문이다. 멜라닌이 털을 대신한 셈이다. 연구자들은 피부가 굳이 자외선의 침투를 막아야만 하는 원인을 추적했다.
그 결과 태아의 신경계 발달이나 정자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B복합체의 하나인 폴레이트를 찾아냈다.
연구자들은 강한 햇빛을 과도하게 쬘 경우 체내에서 폴레이트가 파괴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야블론스키 박사는 “결국 자외선으로 인한 폴레이트의 파괴를 막기 위해 피부색이 나타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햇빛이 약한 고위도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비타민D 부족 문제에 직면했다.
비타민D는 칼슘의 흡수와 뼈의 형성에 관여하는데 자외선을 쬐어야 몸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은 비타민D 결핍으로 생존 경쟁에서 도태해 옅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만 살아남게 됐다.
야블론스키 박사는 “피부색은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일 하나일 뿐”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인종적 편견을 갖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alchimist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