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미국을 방문중인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이 미국의 주요인사들을 차례로 만나 밀담을 나누고 있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임원장은 그의 방미 사실이 이미 한국언론에 의해 공개됐지만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 등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 채 국무부 중앙정보국(CIA) 백악관의 고위 관계자들과 연쇄 접촉을 계속중이다. 그의 행적은 미국 정부측을 통해 일정 정도가 겨우 확인될 뿐 주미 대사관측은 그의 방미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임원장이 대사관 외교채널이 아닌 국정원 및 CIA 관계자들의 안내와 경호를 받고 있다. 그래서 대사관의 외교관들은 “임원장의 일정을 알지도 못하거니와 설령 안다 하더라도 발설할 처지에 있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그가 어디에 묵고 있는지도 물론 비밀이다.
한국측이 임원장의 방미 활동에 대해 쉬쉬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13일 “그의 방미는 비밀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에선 언론 보도 후에도 ‘비밀’인데 미국에선 비밀이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
공식 발표가 없기 때문에 추측 수준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설이 나돌고 있다.
우선 임원장이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나 김국방위원장 등 북한측이 부시 행정부에 보내는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메시지 중개 등 긴급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는 견해가 있다.
혹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미간에 이견이 있어 한국의 대북정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임원장이 직접 미측을 설득하기 위해 워싱턴에 왔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와는 달리 임원장의 방문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양국이 공조의 ‘모양새’를 갖춰가는 단계적 정지작업의 일환일 뿐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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