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네티즌플라자]히딩크의 ‘오판’

입력 | 2001-02-15 18:05:00


《‘네티즌 플라자’는 동아닷컴 축구게시판에 올린 네티즌의 글 가운데 다시 한번 독자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은 글을 골라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단 이곳에 실린 글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이번 ‘네티즌 플라자’에는 오시연씨의 ‘히딩크감독의 무책임’이란 글을 올립니다.

(14일 두바이 4개국대회 덴마크와의) 경기 시작전 히딩크감독이 선택한 전술을 보고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측면 수비수의 배치를 비롯한 선수 기용의 실수, 4-1-2-3이라는 이상한 포메이션,히딩크는 자신이 아직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선수들에게 무리하게 짐지우고 있다. 한 선수에게 여러가지 포지션을 주문할 정도로 우리 선수층이 얇거나 월드컵을 준비할 시간이 많은 것이 아니다.

감독이 각 선수들의 국제대회에서 국내 프로경기 녹화자료를 찾아보거나 한국 축구인들의 자문을 구하는데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데에 부족함이 많은 것 같다.

본인의 예상은 덴마크와의 경기에서도 히딩크가 4-4-2 전술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에는 심재원이,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는 고종수가 자리를 지키리라 믿었다. 그러나 어째서 국가대표에 잔류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김상식이 오른쪽 수비수를 맡았고, 왼쪽 측면에는 4-1-2-3이라는 이상한 전술 덕에 아무도 없었다 할 정도의 느낌이었다. 안정환이나 유상철이 왼쪽 측면에서 무언가를 하긴 했지만, 매끄러운 연결은 보이지 않았다.

송종국을 왼쪽 수비수로 오버래핑을 하게 할 히딩크의 계산은 예상했지만 체력 문제로 김태영을 뺀다면 그 포지션에서 뛸 선수는 이영표였다. 송종국은 차라리 아랍에미리트전처럼 오른쪽 측면 공격수를 시키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왼쪽에 배치할 선수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히딩크는 이영표를 게임메이커 정도로 생각하는 듯 한데 이영표가 중앙이나 왼쪽에서 볼을 달고 뛰거나 수비에서 훌륭한 플레이를 펼칠 수는 있지만 경기를 운영하고 조율하는 능력은 아직 모자란다.

현재 한국대표팀의 실질적인 게임메이커는 고종수다. 비록 왼쪽 미드필더지만, 중앙에서보다 왼발의 이점을 더 많이 살릴 수 있다. 그 위치에서는 몸싸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순간 판단력이 좋은 고종수가 한 템포 빠른 왼발 센터링을 한다.

지난 98월드컵 때도 고종수가 이 위치를 맡기도 했지만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돼 별 활약을 못 했고 대신 하석주가 왼쪽 측면 수비수의 위치로 게임메이커에 가까운 존재였다. 그리고 하석주 역시 왼발잡이로 당시 '왼발의 달인'이라는 닉네임도 갖고 있었다.

98월드컵에서 한국의 참담한 성적의 원인과 이번 덴마크전의 패배 원인은 상당히 비슷하다. 네덜란드와 같은 조가 되자 차범근은 선수 구성에 큰 변화를 주었다. 노정윤은 개인으로선 손색없는 플레이를 했지만 동료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노정윤을 비롯해서 급히 투입된 선수들은 팀 조직력의 와해를 가져왔다. 3-6-1전술은 공격력의 약화로 상대팀이 마음껏 공격적 플레이를 하게 하는 발판이 되었다. 히딩크의 전술도 그러했다. 준비가 덜 된 안정환을 무리하게 기용했고, 본인으로서는 과연 국가대표 공격수의 자격이 있는가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설기현이 오른쪽에서 센터링을 맡았다. (설기현은 올림픽 준비 중에 연속골

을 기록한 것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미숙한 볼 컨트롤이나 둔탁한 움직임등은 국가대표로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검증도 안 된 4-1-2-3전술의 사용에 미드필드는 흐트러졌고 공격이 안 되자 수비수의 공격 가담에 이어 약해진 수비로 한국팀은 스스로 패배했다.

히딩크는 5-0으로 패한 지난 월드컵 네덜란드전처럼 홍명보에게 공격 가담을 주문해왔다. 언론이나 일부 축구 전문가가 실점인으로 지적한 심재원 대신 김상식이 뛰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홍콩전에서부터의 몇몇 실점의 책임이 심재원에게 돌아간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대부분 어떤 수비수라도 막아내기 힘든 경우였고 무리하게 감독 지시대로 오버래핑을 하다 급히 수비진으로 달려들어오던 심재원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간 공이 골키퍼 시야를

가리면서 골인된 것은 일차적으로 감독의 책임이다. 오히려 골인될 볼의 경로에 서 있었던 심재원의 위치 선정이 좋았던 것이고 앞으로 기대되는 수비수라고 평가해야 할 일이다.

덴마크전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공격수들이 중거리슛을 날리는 것이었다. 그러한 역할은 중앙 미드필더가 해주어야 할 일이고 공격수들은 상대편 골대 주변에서 중거리슛이 튀어나오거나 하는 것을 주워넣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러한 역할을 해 줄 선수가 부족하기도 했다. 혈기 넘치는 노정윤이나 강력하고 정확한 중거리슛을 쏘는 이관우 같은 선수들이 아쉬웠다.

4-4-2전술을 사용했다고 해도 덴마크를 상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덴마크는 유럽 특유의 밀집 수비로 한국팀을 막았고 우리팀은 밀집 수비를 하는 여느 팀과의 경기처럼 그것을 뚫지 못했다. 2002월드컵에서 한팀에서 두팀의 유럽팀과 한 조를 이루는 우리나라는 밀집수비가 골키퍼 시야를 가리도록 상대 수비수를 유인해내고 사각 지대를 찾아 공간중심의 패스를 하고 간간히 위력적인 중거리슛이 꽂히는 등의 전술적인 발전을 갖춰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