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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회고록 '민주주의를 위한 나의투쟁' 출간

입력 | 2001-02-15 18:18:00


김영삼(金泳三) 전대통령의 두 번째 회고록이 15일 출간됐다. 상도동측이 14일 공개한 내용 외에도 93년 금융실명제 준비작업을 남북통일 작전 으로 명명, 극비리에 추진한 상황 등 그동안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비화(秘話)들이 공개됐다. 다음은 YS의 회고록 민주주의를 위한 나의 투쟁 (조선일보사 출간)에 실린 미공개 비화를 요약한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 초대형 금고 해체=청와대에서 첫 집무가 시작된 날, 집무실 한쪽 모퉁이의 조그마한 방문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방 전체가 하나의 금고였다. 아무 것도 없는 방에 일부러 짜맞춘, 천장까지 높이가 닿는 엄청나게 큰 금고가 설치돼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금고를 떼내라고 지시했다. 도저히 처리할 수 없어 외부에서 기술자를 부르고 기중기까지 동원했다. 또 관저의 큰 노래방 기계도 치우게 했다.

▽이회창(李會昌)국무총리 경질=이회창씨는 총리 취임 이후 국무총리의 법적 권한을 주장하며 대통령의 지휘를 받기를 꺼려하더니, 급기야 북핵(北核) 및 외교적 문제 등 대통령의 업무까지 자신이 지휘하겠다며 언론에 공개했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청와대에 불러 호되게 질책했다. 이총리는 자신의 언행에 대해 잘못했으니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요 라며 시종일관 장황하게 변명을 했다. 나는 지금 당장 사표를 내지 않으면 대통령으로 헌법에 따라 해임조치하겠다 고 호통을 쳤다. 그런데 총리실로 돌아간 이회창씨는 또 다른 언론플레이를 했다. 청와대에서 경질을 공표하기 전에 사표를 썼다고 발표한 것이다.

▽김종필(金鍾泌)대표 탈당=94년 12월 최형우(崔炯佑)내무장관이 내년에는 당대표제가 필요없는 것 아니냐 고 말해 김종필대표가 크게 오해했다. 나는 대단히 난감했다. 나는 김대표가 전당대회 이후의 거취를 내게 맡겨줄 경우 그에게 최대한의 배려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막상 김대표가 탈당한다는 소식은 내게는 충격이었다. 만약 그 때 내가 청구동 자택으로 찾아가 내 본심을 전했다면 오해가 풀렸을 것이고, 탈당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의 탈당은 지금까지 나의 정치역정 가운데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사건 중 하나다.

▽황장엽(黃長燁)씨 망명=황장엽 서기 일행이 한국에 도착한 후 나는 적당한 때에 그를 만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정일(金正日)체제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그런데 어느 날 언론에서 황장엽 리스트 를 대서특필했다. 거기에는 김대중(金大中)씨의 과거 행적에 대한 상당한 비밀도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나는 고민했다. 황서기를 만나면 내가 공작을 했다고 공격을 해올 것이 뻔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만나는 것을 피했다.

▽DJ비자금의 비밀=김대중씨의 부정축재 내용을 조사하면 그의 구속은 피치 못할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전라도와 서울에서 민중 폭동이 일어나고 대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수사유보를 공식발표토록 했다. 김대중씨는 사람들을 통해 "나도 칼국수 먹을 줄 압니다"라며 다섯 번이나 면담을 요청해왔고, 나의 의지를 전해들은 뒤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