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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영화계 뉴스]베를린영화제, 황색돌풍 경보

입력 | 2001-02-15 18:41:00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미국배우조합(SAG)의 6월 파업 경고로 할리우드 영화의 제작일정이 대폭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베를린에서 눈에 띄는 할리우드 스타는 앤소니 홉킨스와 주드 로 정도에 불과했다.

경쟁부문에 진출한 미국 영화의 비중도 지난해 전체 21편중 6편에서 23편중 4편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만으로 베를린영화제가 할리우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경쟁부문 진출작의 많은 수가 비록 국적이 미국은 아니더라도 할리우드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초컬릿’과 이탈리아의 ‘말레나’의 제작에는 미국의 미라맥스가 참여했다. 영국 작품으로 분류된 ‘파나마의 재단사’ 역시 할리우드 영화사인 유니버설에서 제작한 영화다.

비경쟁부문으로 초청됐지만 가장 많은 화제를 뿌린 ‘한니발’과 ‘퀼스’도 할리우드 영화였다. 식인살인마의 엽기적 행각을 다룬 ‘한니발’과 사드 후작의 포르노 저작활동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그린 ‘퀼스’는 몰려드는 관객들 때문에 추가시사회를 두차례나 더 열어야했다.

독일과 영국의 합작영화로 개막작에 선정된 ‘문앞의 적’도 주드 로와 에드 해리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을 대거 기용하고 영어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냄새를 물씬 풍겼다.

영화제 중반까지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떠오른 ‘트래픽’과 ‘초컬릿’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삭발투혼까지 발휘하며 말기암 환자를 연기한 엠마 톰슨이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떠오른 ‘위트’ 역시 HBO에서 제작한 미국영화다.

여기에 심사위원장을 맡은 빌 미케닉은 20세기폭스 전 회장출신이다. 베를린영화제 사상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경영자출신에게 심사위원장을 맡은 것은 최초다.

이런 할리우드의 공세에 맞설 힘을 갖춘 영화로는 주로 아시아영화들이 꼽힌다. 이들은 ‘공동경비구역 JSA’와 일본의 전통적 귀신설화를 환상적 화면에 담아낸 일본영화 ‘이누아가미’(하라다 마사토 감독), 대만 젊은이들의 사랑과 방황을 그린 ‘빈랑열매 아가씨들’(린청셩) 등이다.

유럽영화로는 가식없는 화면에 정감넘치고 유머러스한 내용을 담아내 2세대 도그마영화라는 호칭을 얻은 ‘초보자를 위한 이태리어’(로네 쉐르피그) 정도다.

베를린영화제에 어른거리는 이런 할리우드의 강세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전양준씨는 “20여년간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친 할리우드 성향을 보였던 모리츠 드 하델른이 물러나는 내년부터는 뭔가 변화의 바람이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유럽영화계 내의 자성의 목소리도 만만치않다. 클라우디아 랜즈버거 유러피언 필름 프로모션 대표는 “한해 15억장의 티켓이 팔리고 편당 2100만달러의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는 미국시장의 규모의 경제가 질적인 향상도 낳고 있다”며 유럽영화의 한계를 받아들였다.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