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일로를 겪던 나스닥시장에서 반도체 업종이 크게 반등해 기술주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지난 수요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반도체를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무려 7.8%나 급등하며 그동안의 부진을 씻어냈다. 이러한 상승폭은 지난 1월 급작스러운 금리 인하로 전체 시장이 폭등한 이후 모처럼만에 맞이하는 기록적인 반등이다.
이 날의 반등은 어느 한 증권사의 리포트에서 비롯됐지만 장기간 응집된 에너지가 비로소 분출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반도체 업종의 반등은 지난 1월 시장에서 가장 희망을 주는 사건이었다. 작년 기술주 몰락의 배경에는 닷컴 기업들의 폭락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규모가 큰 반도체기업 주가의 하락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반도체 업종이 지난 1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기준으로 무려 27%나 상승하며 투자자들을 장밋빛 꿈에 젖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2월들어 PC판매가 아직도 불안하고 또한 올해 경기 하락에 따른 반도체 매출 전망이 밝지 않다는 분석에 따라 반도체 업종 주가의 하락이 다시 커져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는데, 그런 반도체 업종이 그간의 부진을 씻고 크게 반등을 기록한 것이다.
이번 반등을 가능케 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업황이 호전됐다거나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될 기미가 보여서라기 보다 기술적으로 주가가 워낙 크게 하락했고 또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단기간에 개선되리라고 전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아직은 투자할 때가 아니라는 대체적인 의견에 반해 몇몇 용기있는 애널리스트들이 지금이야말로 투자의 적기라고 주창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악화라는 악재는 새로울 것이 없고 또한 대부분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추가 하락 위험이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증시 격언처럼 가장 상황이 나쁘다고 판단될 때가 투자 적기라는 역발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하루 반등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겠지만 반도체 업종의 비중이 상당하고 그 의미가 크다는 점 때문에 반도체 업종의 추가 반등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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