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수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B2B’ ‘B2C’가 무엇인지 물어보자. 세상이 온통 인터넷과 닷컴기업으로 ‘도배’됐던 1년전처럼 ‘Business to Business’ ‘Business to Consumer’라는 답을 기대한다면 오산. 최근 이들에게는 ‘Back to Banking(은행으로 돌아가자)’ ‘Back to Consulting(컨설팅회사로 돌아가자)’을 의미하는 용어가 됐다.
지난해 경영대학원 졸업생들은 닷컴 기업에 열띤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에는 은행과 컨설팅 회사 등 ‘전통적인’ 직장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들이 취업의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여기는 것은 ‘직업의 안정성’. 콜롬비아 경영대학원의 학생 소니 도지에는 “경영학도들은 장래 예측이 어려운 인터넷기업에 들어가려는 모험을 꺼리고 있다”며 “특히 경기가 둔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이 보장되는 직장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적어도 경영학석사 학위(MBA)를 얻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인터넷 잔치’는 끝나버린 셈.
이같은 학생들의 변화 덕분에 지난 2년간 무대 뒤에서 서성거려야 했던 은행과 컨설팅 회사의 신입사원 모집 담당자들은 다시 자신감을 갖고 무대의 중앙으로 나서는 행운을 즐기고 있다. 대형 컨설팅 회사 ‘부즈―앨런&해밀턴’의 레지널드 밴 리는 예전에는 학생들이 면접시험을 보러 와서 “내가 부즈―앨런에 꼭 입사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보라”는 식의 태도를 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면접시험에서 훨씬 열성적인 태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입사결정도 1년 전에 비해 더 빨리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경영대학원의 취업 담당자들도 학생들의 태도변화가 너무 빨라서 지난해에 학생들이 보여주었던 닷컴 기업에 대한 열정이 마치 일시적인 탈선처럼 보일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지난해 닷컴 기업이 그처럼 빨리 몰락할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은 극소수였고, 인력관리 측면에서 은행과 컨설팅 회사들의 경기전망도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필요 이상의 인력을 고용, 올해 졸업생들의 취업기회를 좁히는 데 한 몫을 한 은행과 컨설팅 회사도 있다.
최근 이런 추세에 대해 학생들이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규모는 작지만 커다란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닷컴 열풍이 현실보다 더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의 취업담당자 글렌 사이크스는 “지난해 졸업생 500여명 가운데 닷컴 기업에 취업한 사람은 14명뿐”이라며 “경영대학원의 닷컴 열풍은 사람들이 떠들어댄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1/02/14/business/14REC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