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부터 시작되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 정세에 대해 빌 클린턴 행정부와는 여러모로 다른 견해를 표명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처음으로 갖는 정상회담인 데다, 올해 한반도 주변정세 역시 상당히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눈앞에 둔 시점이다. 한미(韓美) 정상이 이번에 꿰야 할 공조의 첫 단추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부시 행정부는 우리의 햇볕정책이나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對北)정책을 큰 틀에서는 지지하고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적지 않다. 우선 북한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 클린턴 행정부와는 다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핵,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내고 있고 평양의 변화에 대해서도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 인사들이 북한에 대한 엄격한 상호주의 적용이나 검증을 요구하는 것도 그런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의 이번 방미(訪美) 성과는 한마디로 부시 행정부의 그 같은 의혹이 깔린 대북정책과 우리의 정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부시 행정부측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의혹은 흔히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쉽게 해소되거나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세계전략 차원에서 북한을 대하는 미국의 정책이 우리와 꼭 같을 수는 없다.
특히 부시행정부의 시각은 북한의 변화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상당수 우리 국내 여론과 상통하는 점이 없지 않다. 미 의회나 행정부의 보수적인 시각과 기류는 우리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의미도 가질 수 있다.
올 봄 한반도 주변정세는 각국간의 잇단 정상회담 등으로 무척 바쁘게 돌아갈 전망이다. 무엇보다 김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초미의 관심사다. 부시 행정부는 김 위원장의 답방이 북한의 실질적인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서울 답방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양국간에 별다른 마찰이나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김 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계기로 한미 공조의 틀이 제대로 자리잡아야 남북관계도 순조롭게 진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