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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노원지역 장애아부모회 활성화 "사랑으로 이겨내요"

입력 | 2001-02-15 19:06:00


“세살까지 아빠라는 말은커녕 눈 맞추기조차 기피했던 영후. 3년 전 병원의 자폐증 진단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언어치료, 조기교실 등 쉴틈없이 계속되는 각종 특수교육…, 조금씩 나아지는 영후는 내 삶의 의미였다.”

“다섯살난 큰아이가 장애인수첩을 받던 날, 아내는 하루종일 방에서 울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 마디씩 말이 늘어가는 예닮이의 모습을 보며 우리 부부는 기쁨에 겨워 박수를 친다. 예닮아, 엄마 아빠는 네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단다.”

서울 노원지역 장애아부모회가 격월로 펴내는 장애아정보지인 ‘우리사랑 우리아이’에는 장애아를 기르는 부모들의 애환과 애틋한 자식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느 날 청천벽력처럼 찾아온 자식의 장애 판정. ‘왜 내 아이에게 이런 시련이….’ 나락 같은 절망을 딛고 주위의 시선에 자식이 상처입을까 가슴졸이며 헌신하는 부모들의 진솔한 목소리가 가슴 찡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정신지체, 다운증후군, 자폐증 등 발달장애아 부모 300여명으로 구성된 노원지역 장애아부모회가 발족된 것은 99년 11월. 이 모임은 장애아들의 특수교육과 치료를 위한 정보교환 등 장애아들을 위해 더 나은 사회적 환경을 가꾸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사회의 편견이 두려워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부끄러워하거나 과잉보호로 자녀를 사회로부터 단절시키는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는 동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

정신지체 2급 장애를 가진 10세난 아들의 엄마인 김선희 회장(41·서울 노원구 하계동)은 “부모들이 직접 나서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일상의 작은 것부터 개선하자는 결심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라며 “참여하는 부모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임의 가장 큰 특징은 장애아의 다양한 양육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 증세별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 회원들이 직접 조사한 특수교육기관의 소개는 물론 부모들의 자녀지도법 등이 포함된다. 3세된 다운증후군 아들을 둔 이모씨(32)는 “아이들에 대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빠지거나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부모들을 위한 초빙강의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부모들이 직접 기고한 ‘자녀양육일기’와 전문가의 칼럼이 담긴 격월간지 ‘우리 아이…’는 매번 2000여부가 발간돼 회원들을 비롯해 각 특수학교와 병원 등에 배포된다.

이같은 장애아부모회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노원구는 지난해 5월 마들근린공원 공터에 장애아전용놀이터를 건립하는 한편 구민체육센터에 장애아 수영프로그램을 편성했다. 그러나 회원들은 여전히 장애아를 위한 교육시설이 크게 미비한 데다 비싼 교육비 때문에 애를 태운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유아원이나 유치원은 장애아들을 잘 받아주지 않고 사설 특수유치원에 보낼 경우 한달 평균 70만∼80만원의 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 또 장애아를 위한 특수학급을 운영 중인 초등학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회장은 “장애자녀들의 사교육비와 치료비를 감당하느라 집을 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특수학급을 확대하고 공립유치원을 건립하는 등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