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록키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쿠어스필드는 일명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운다.
그것은 지난 1995년 개장이후, 쿠어스필드는 매시즌마다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이 가장많이 양산되는 구장으로 투수들이 가장 등판하기 꺼려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홈런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쿠어스필드의 크기가 작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좌측펜스 좌중간펜스 센터
쿠어스필드 - 106m 119m 126m
쿠어스필드는 가장 짧은 좌측펜스가 106m, 가장 먼 센터쪽은 126m나 되는 곳으로 실제 구장의 크기는 예상(?) 밖으로 상당히 넓은 구장이다.
다른 구장과 비교를 해 보면 쿠어스필드의 크기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좌측펜스 좌중간펜스 센터
터너 필드 - 102m 116m 122m
다저스타디움 - 101m 118m 121m
위에서 살펴봤듯이 쿠어스필드는 투수들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알려져있는 애틀란타의 터너 필드나 LA 다저스의 다저 스타디움보다 오히려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만만치 않는 크기에도 불구하고 쿠어스필드를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악명으로 유명하게 만들어버린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쿠어스필드가 위치한 지리적인 특성에서 찾아야할 것이다.
널리 알려진데로 쿠어스필드는 해발 16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고 다른 구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공기량을 가지고 있다.
희박한 공기량으로 인해 투수들은 변화구 컨트롤에 애를 먹게되고 볼끝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되고 이와 반대로 타자들이 친 공은 공기와의 마찰이 적어지면서 다른 구장에 비해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쿠어스필드에서는 다른 구장에 비해 타구가 10m이상 더 멀리나간다는 통계자료도 있으며 외야관중석 5번째 줄을 넘겨야만 홈런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투수들에게는 무덤으로 불리우는 곳이지만 타자들에게는 천국으로 불리우는 것이 쿠어스필드이다.
따라서 쿠어스필드는 평범한 타자들도 특급타자 못지 않는 기록수립을 가능하게 하는 신기한 마술을 보여주기도 한다.
2000시즌 콜로라도에서 활약한 제프리 헤먼즈를 살펴보자.
1993년 빅리그에 데뷔, 볼티모어와 신시내티를 거치는 동안 백업외야수에 불과했던 헤먼즈는 볼티모어 시절인 97시즌 118경기에 출장하며 0.264, 21홈런, 55타점을 기록한 것이 캐리어 최고의 성적이었다.
그러나 콜로라도로 이적한 2000시즌, 헤먼즈는 타율 0.335를 기록하며 리그 타격 4위에 오른 것을 비롯 20홈런, 106타점의 호성적을 작성했고 올스타전 멤버로도 선발되는 등 스타플레이로 성장했고 시즌 종료 후에는 밀워키와 2100만달러(3년 계약)가 넘는 장기계약까지 체결했다.
비록 년 700만달러가 넘는 몸값을 자랑할만큼 스타플레이어 위치에 있는 헤먼즈이지만 올시즌 전망이 그리 밝은 것은 아니다.
홈경기 성적 - 0.399, 14홈런, 71타점
원정경기 성적 - 0.275, 6홈런, 35타점
헤먼즈는 쿠어스필드에서 4할에 가까운 타율과 함께 홈런, 타점 부분에서도 전체의 2/3이상을 기록할 만큼 강점을 보였지만 정작 원정경기에서는 평범한 기록을 작성하는데 그쳤다.
더구나 타수도 홈경기(218타수)에 비해 원정경기(236타수)가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히 헤먼즈의 호성적은 쿠어스필드 덕분에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시말해 이러한 사실은 헤먼즈가 쿠어스필드를 벗어나면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불균형적인 성적 차이가 바로 헤먼즈의 가치를 평가절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점은 헤먼즈 한명에게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제프 시릴로 - (홈경기) 0.403, 9홈런, 75타점
(원정경기) 0.239, 2홈런, 40타점
네이피 페레즈 - (홈경기) 0.323, 7홈런, 47타점
(원정경기) 0.248, 3홈런, 24타점
래리 워커 - (홈경기) 0.359, 7홈런, 36타점
(원정경기) 0. 259, 2홈런, 15타점
대부분의 콜로라도 타자들은 홈경기 성적과 원정경기 성적이 많은 차이를 나타내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역시 쿠어스필드의 영향 탓이다.
원정 경기에서는 상대 투수들에 대한 느낌도 다르고 쿠어스필드 같으면 충분히 홈런이 될만한 타구가 평범한 플라이로 그치는 등 쿠어스필드에 길들여져 있는 습성이 타구장에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쿠어스필드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단테 비셋이 지난 시즌에 쿠어스필드를 떠나자 마자 부진한 성적을 올린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김용한/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