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전지훈련이 한창이다. 선수협 사태로 약 열흘 가량 팀마다 늦어졌지만 해외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벌써부터 정규 시즌을 방불케 한다. 특히 눈에 띄는 2001시즌 전훈캠프를 한 번 살펴보자.
삼성-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구장.두 팀의 훈련장은 걸어서 2, 3분밖에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로 상대방의 훈련모습이 멀리에서 보일 정도.이곳에 해태에서 자리를 옮긴 삼성 김응룡 감독(60)과 한화 이광환 감독(53)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김응룡 감독과 이광환 감독은 한일은행 선후배 사이다.70년대 초반 김응룡 감독이 한일은행 최고참 시절 이광환 감독은 고려대를 갓 졸업하고 입단했다.한 번은 군기를 잡기 위해 신참 이광환에게 ‘엎드려 뻗쳐’를 요구하고 몽둥이를 들었으나 이광환은 “이런 것 하려고 야구하지 않았다”며 그날로 옷을 벗었다. 실업야구 시절의 판이한 이들의 성격은 이후 프로팀 지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18년 동안의 해태 생활을 청산하고 삼성으로 옮긴 김감독이나, 5년 동안의 야인생활을 접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이감독에게 올 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그러나 삼성, 한화 두 팀이 놓인 환경이 판이하게 다르듯 두 감독의 고민도 그 종류가 다르다.우선 두 감독 모두 선발 투수진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다른 점이 있다면 삼성은 많아서 탈이고, 한화는 없어서 안달이다.김응룡 감독은 올 시즌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대책이 서 있지 않다.비슷비슷한 기량의 투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토레스 노장진 김진웅 이정호 이용훈 배영수 이강철 박동희에 임창용까지….반면 이광환 감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송진우를 빼곤 별다른 재목이 보이지 않는다.
훈련방법에서도 두 팀은 큰 차이가 난다.삼성의 훈련방식은 그야말로 스파르타식.아침 8시부터 야간훈련이 끝나는 밤 9시까지 쉴 틈이 없다.반대로 한화 캠프엔 여유가 넘친다.오후 2시쯤이면 모든 훈련이 끝난다.김응룡 감독은 “삼성 선수들의 의식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며 독사눈을 부라리고, 이광환 감독은 “프로선수에겐 자율의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언뜻 보면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 삼성과 ‘유력한 꼴찌후보’ 한화의 처지가 뒤바뀐 느낌이다.
호주 골드코스트에 캠프를 차린 롯데는 출발 전 선수단이 자체적으로 ‘카지노에 가지 않겠다’는 이색 결의를 했다. 롯데는 지난 97년 호주 전훈 때 고참 선수들 대부분이 카지노에서 빚보증까지 서가며 즐긴 적이 있었고 그 후유증은 상당했다. 꿔준 돈, 빌린 돈 탓에 동료를 신뢰하지 못하는 팀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고 결국 2년 연속 최하위권에 머물러야 했다. 숙소에서 차를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위락시설의 유혹을 낯선 타향에서 이겨내기란 힘든 일일 것이다. 롯데가 99년부터 힘을 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팀에서 보증 처리를 해준 덕분이었고 선수들은 시즌 내내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감독 스타일만큼이나 다른 훈련 분위기를 가진 애리조나의 두 팀, 그리고 5년 전 카지노 악몽 탓에 아픔을 겪었던 또 다른 한 팀. 이들이 올 가을엔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증이 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