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가 많이 달라졌네.”
요즘 한나라당 안팎에서 이같은 얘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근엄하고 차가운 느낌을 주던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파격적인 행동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4개월 만에 기자들에게 다시 자택을 개방한 이 총재의 기자들을 맞는 스타일부터가 확연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5∼10분 정도 밥만 먹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도 잘 하지 않던 그가 요즘은 묻지 않아도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16일에는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한국경제 개혁의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 초청도 받지 않았는데도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한나라당에 유리한 말만 듣기보다 정확한 경제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외부 토론회에 참석했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다.
한 달에 하루 지하철 출근을 정례화한 것이나 16일 여의도 당사 앞 도로에서 제설작업을 진두지휘한 것도 예전엔 보기 힘든 모습. 이 총재는 국회 대정부질문 때도 연일 의석을 지키다가 의원들과 함께 회의장을 나서곤 했다.
이 총재의 이런 모습은 그동안 ‘완고하고 딱딱하며 권위주의적’인 것으로 알려져 온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일각에서는 ‘의도된 변신’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측근 인사들은 “단순한 이미지 바꾸기 이상”이라며 “정치 입문 5주년을 맞은 이 총재의 의지가 결연하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국민 우선’의 새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이 총재의 생각이 그만큼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