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공주가 만났다. 하지만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덤덤하다. 자, 이유진과 이현우가 빚어내는 명랑과 무뚝뚝의 하모니를 느껴 볼까.
야외연회장. 이유진의 토라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달아서 싫어요'. 뭐가 마음에 안드는 걸까, 부채를 촤악 펼쳐들고 새침한 표정을 짓는다. 웨이브 머리카락, 분홍색의 풍성한 드레스. 유심히 보면 머리 위에 살짝 올려진 왕관이 눈에 띈다. 그녀는 오옷 공주!
유진공주의 깜찍한 투정에 제까닥 나타나는 남자는 바로 이현우. 이현우의 차림이 암시하는 바도 이유진과 같은 레벨인 것 같다. 이름하여 왕자라고나. 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와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무릎까지 오는 고전의상 튜닉을 걸쳤다.
'도대체 뭘 원해요?' 짐짓 호통을 치는 듯 화난 표정. 아아 하지만 어딘지 벌쭘하고 어색한 건 왜일까. 여기서도 이현우만의 독특한 아우라는 변함없네 그려. 썰렁한 왕자여.
공주의 대답은 한편의 아리아. 케익 오 오오오오 오~ 뜨. 그리고 둘은 분수대 앞에서 서로 마주한다. '까다롭군요' 왕자의 평가에 '입은 솔직하니깐요' 공주가 대답한다. 그 찰나, 오뜨를 이현우의 입술에 살짝 들이미는 짓궂은 장면을 연출. 기습적인 접근에 놀라는 이현우의 표정이 볼만하다.
마지막을 장식하는건 아리아 이중주. 공주의 꺄꺄거리는 귀여운 아리아에 맞춰 왕자가 굵고 낮은 바리톤으로 맞받아준다. 단, 아주 무뚝뚝한 표정으로.
이 광고를 보노라면 푸핫 웃음이 배어 나온다. 엉뚱하지만 귀엽고 촌스럽지만 웃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제작 때부터 캐스팅을 염두에 둔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두 배우의 '부조화스러운' 균형이 인상적이다.
솔직히 광고의 컨셉트는 얼마나 촌스러운가? 까탈 부리는 공주와 그 비위를 맞춰주는 왕자. 진부하다 못해 퀴퀴할 정도다. 특이한 첨단의 효과도 없고, 그렇다고 과자광고 치고 딱히 오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먹혀든다. why?
뻔한 컨셉트와는 달리 전형에서 벗어난 묘한 불균형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유진과 이현우의 언뜻 미스 캐스팅처럼 보이는 엉뚱한 배치, 내숭 떠는 공주가 아니라 약간 멋대로인 말괄량이 공주와 어색하고 무덤덤한 왕자.
'입어봤어? 그럼 입어봤지' 보디가드 CF로 뜬 이유진은 그녀의 존재감 자체가 불균형적이다. 글래머의 서구적인 미인이면서 섹시함과는 거리가 먼 능청맞고 왕귀여운 이미지다. 이번 광고에서도 싱그럽고 깜찍한 연출.
달팽이 같은 남자 이현우는 느리면서도 예술적인 감성이 묻어난다. 개인기로 중무장한 연예인들 틈에서 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매력. 우아하고 담백하다. 어벙벙한 왕자차림으로 살짝 망가진 것도 코믹하고 변화 없는 표정은 못말리는 그만의 전매특허.
만약 이현우가 쇼프그램에 자주 출연하고 CF로 주가를 날리는 날이 오더라도 그 느릿한 미학만은 변치 않았으면, 내내 썰렁하길!
김이진 AJIVA77@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