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게임과 관련된 불편을 참아오셨다구요. 고작 해당 사이트에 항의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구요. 이젠 그러지 마세요. 여기로 한번 와보세요.”
게임 소비자들의 불편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결성된 ‘게임소비자연대모임’(겜소모)이 출범 20일만에 5000명의 회원이 가입할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블리자드사의 롤플레잉게임 ‘디아블로 2’의 서버 다운 문제로 결성된 ‘디아블로 2 소비자모임’이 겜소모의 원조격. 당시에도 이틀만에 1500명의 회원이 가입할 정도였다. 이어 ‘악튜러스’ 게임의 발매 지연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과 ‘판타지포유’ 이용자 등도 각각 모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경험 부족 등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각각의 회원수가 100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3개 모임 대표들은 올해초 모임을 합치자는데 뜻을 같이한 뒤 겜소모를 만들었다. 인터넷 소비자신문(www.consumertimes.co.kr)에 전용게시판을 만들고 다시 회원을 모은 것.
이들의 합병은 당장 성과를 가져왔다. 겜소모는 이달초 ‘악튜러스’의 제작 및 유통사 관계자들을 만나 게임 발매 및 배달 지연에 따른 사과를 받아내고 택배비 3000원 환불 등의 보상 약속도 받아냈다.
겜소모의 총무 권성진씨(여·30)는 “비록 액수는 미미하지만 첫 보상 책임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겜소모는 이번엔 ‘디아블로 2’의 서버 문제를 본격적으로 이슈화시킬 방침이다. 겜소모가 ‘디아블로 2’ 유저 23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94%가 접속 불량 등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 겜소모 측은 만족할 만한 서버 증설이 없을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올해 안에 블리자드사가 발매할 ‘워크래프트 3’ 불매운동도 펴나갈 방침이다.
‘디아블로 2’의 국내 유통사인 한빛소프트의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게임 발매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서버 증설로 미국(24대)보다 5배가 많은 120대의 서버를 운영하고 있으나 국내 게임팬들이 워낙 멀티플레이를 좋아해 다운되는 경우가 많다”며 “블리자드사와 서버 증설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총무는 “초고속통신망이나 휴대폰의 경우처럼 게임 분야에서도 법적 보상 규정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인터넷 시대에 새로운 소비자 운동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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