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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영재의 월가리포트]호재없는 침체장세 금주까지 이어질듯

입력 | 2001-02-18 18:35:00


지난 주 뉴욕증시에서 기술주들에 불었던 상승 분위기는 주말 폭락으로 물거품이 됐다. 주말의 대폭락이 있기 전까지는 반도체 업종의 반등에 이어 통신장비 업종의 반등이 뒤따르며 그동안 천대받던 기술주에 대한 희망이 살아났다.

반도체업종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평가와 광통신 부품업체인 씨에나(Ciena)사의 실적호전 발표에 따른 것이었다. 주초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의회발언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로 주춤거리기도 했지만 기업들의 실적 호전 소식에 가려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금요일에 공개된 여러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발표는 주식시장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먼저 실적호전이 기대되던 노텔 네트워크스사(통신장비)는 적자에 향후 전망까지도 불안한 결과를 공개했다. 대형 컴퓨터 회사인 휴렛팩커드와 델컴퓨터사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내놓았다. 경제 지표마저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생산자물가지수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물가 압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그린스펀 의장의 경기 호전 발언이 금리 인하가 공격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불러일으키며 주가 하락을 조장했다. 생산자 물가지수는 한 발 더 나아가 더 이상의 금리 인하는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1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만한 강심장을 가진 중앙은행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1월 산업생산 수치도 회복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4개월째 감소했다. 경기 침체가 변함없이 진행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만 늘어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고성장과 저물가로 대표되는 신경제가 물러나고 저성장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주에도 힘겨운 주가 움직임이 예상된다. 주요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마무리된 상황이며 수요일 발표 예정인 소비자 물가지수가 생산자 물가지수와는 달리 크게 높지 않아야 하는 것이 주식시장 반등의 첫째 조건이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다우지수를 중심으로 한 전통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전반적인 주식시장은 극도로 조심하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예상되고 있다(19일 월요일은 ‘대통령의 날’로 미국 증시가 쉽니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