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당시 언론사 세무조사 자료를 폐기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세청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은 채 철저하게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국세청 조용근(趙鏞根)공보관은 18일 “자료 보존 연한이 5년인 것도 있고 10년인 것도 있어 어느 자료가 폐기됐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자료 폐기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도 “19일 국회 재경위에서 안정남 청장이 이 부분에 대해 밝힐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자료를 자료 보존 연한이 지난 직후 폐기했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국세청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세무조사 자료를 파기할 경우 관료의 속성상 ‘뒤탈’을 우려해 최소한 사본 정도는 남겨뒀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 특히 세무조사 자료 파기는 국세청 차원에서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데다가 보존연한이 10년인 자료도 상당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5년 보존연한의 자료만 파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
자료 존재 여부가 확인될 경우 시민단체나 정치권으로부터 자료를 공개하라는 압력을 의식해 철저하게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세무조사 당시의 책임자는 임채주 국세청장과 이석희 차장. 97년 대선 때 한나라당 대선자금 모금 사건(세풍 사건)으로 임청장은 구속됐으며 이 차장은 도피한 상태다.
국세청의 공식 입장은 19일 국회재경위에서 있을 안청장의 답변을 통해서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들은 일요일에도 대부분 출근해 이 문제를 협의했다.
dreamland@donga.com